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인 시대. 해마다 늘어나는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부처들이 팔을 걷어부쳤다. 올 하반기부터 고도비만 수술을 받을 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스스로 건강관리에 힘쓰는 이들에게는 체육시설 무료 이용권 같은 혜택이 돌아간다.
보건복지부는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9개 관계부처가 함께 마련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2022년까지 추진되는 이번 대책은 영양, 운동, 비만치료, 인식개선의 4개 분야로 구성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고도 비만인구가 2030년에는 지금의 2배 수준인 9.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미 남성 아동·청소년 비만율은 26%로 OECD 평균 25.6%보다 높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2006년 4조8000억 원에서 2015년 9조2000억 원으로10년 새 2배가 됐다. 이대로라면 5년 뒤에는 19세 이상 성인 41.5%가 비만이 될 판이다.
정부는 2022년 비만율을 2016년 수준(34.8%)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비만이 다른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르면 11월부터 병적 고도비만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병적 고도비만은 수술 없이는 체중을 줄이지 못하거나 동반 질환을 막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2020년부터는 고도비만자가 수술 전에 받는 교육·상담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할 계획이다.
개인이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도록 북돋기 위해 ‘건강인센티브제’를 도입한다. 생활습관 개선과 건강관리 정도를 평가해 우수자에게 체육시설이용권과 진료바우처 등을 준다. 시범사업을 거쳐 2022년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한다. 스포츠클럽을 적극 운영하는 학교에는 지원을 늘린다. 내년부터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다문화·장애인 가정 청소년도 운동을 배울 수 있도록 스포츠강좌이용권 지원 대상을 두배로 늘린다. 노인들은 경로당에서 건강상태와 나이에 맞는 신체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신체활동을 늘리거나 건강한 식사를 제공해 직원들 비만관리에 앞장선 기업은 ‘건강친화기업 인증’을 해주고 건보료 감면, 저리 융자, 공공조달 입찰 시 가산점 같은 혜택을 준다.초등돌봄교실에서 신체활동과 식생활을 지도하는 ‘돌봄놀이터’ 사업을 2022년까지 지금의 10배 수준인 3000개교로 확대한다. 초등돌봄교실에만 제공하던 과일간식을 지역아동센터에도 지원한다. 뱃살의 주범인 음주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음주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폭식을 조장하는 방송이나 광고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모니터링한다. 영양표시를 해야하는 식품과 업종을 확대하고, 가공식품에서 당류를 줄일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고, 나트륨 줄이기에 동참하는 급식소와 음식점을 늘린다.
산모 건강이 나빠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이는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성장이 더딘 영유아와 영양섭취가 불균형한 임산부에게 보충식품을 지원하는 영양플러스사업도 늘리기로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아동비만 예방 전략으로 삼고 있는 모유수유도 적극적으로 권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국의 수유시설을 전수조사하고 위생관리를 강화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범정부 차원의 첫 비만종합대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서구식 식생활과 함께 1인 가구 급증으로 혼밥·혼술 문화가 퍼지고 있어 선제적인 비만 예방·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먹방 규제’ 소문에 누리꾼 들썩… 정부 “먹방 연구할 것”
“비만율 낮춘다고 ‘먹방’(먹는 방송)까지 없앤다니… 정부의 해결책이 황당하다”
지난 26일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때 아닌 ‘먹방 규제’가 논란이 됐다. 발단이 된 것은 이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이었다. 복지부는 대책에서 “최근 먹방과 같이 폭식을 조장하는 미디어로 인해 폐해가 우려되지만, 모니터링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2019년까지 폭식을 조장하는 미디어나 광고에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모니터링 체계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정부가 먹방까지 규제할 수 있느냐”며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계획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율적으로 지키는 가이드라인이지 강제적인 규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2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예를 들어 방송사들은 현재 자체적으로 판단해 흡연 장면을 가급적 촬영하지 않거나 모자이크 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이처럼 몇 가지 원칙을 정해 자율적으로 지키도록 권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음주장면 가이드라인’도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피하라’, ‘음주와 연관된 불법 행동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묘사해서는 안된다’는 등 원칙적인 규범들을 언급했다.
정부는 향후 가이드라인 작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먹방이 실제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학계와 함께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거 해외에서 이뤄진 연구에서는 음식 관련 콘텐츠를 많이 접할수록 식욕 중추가 자극되고, 실제 섭취하는 칼로리도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만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일부 단체들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근거로 “먹방이 비정상적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사례가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복지부에 “먹방을 강제로라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최근에 진행된 일부 연구들은 먹방 시청이 바로 음식 섭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박동숙 교수팀이 지난해 유튜브로 먹방 영상을 보는 20∼30대 남녀들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폭식 장면을 따라하기보다 오히려 먹고 싶은 마음을 미루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만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대구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대학생 44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폭식하는 장면을 본 시청자들이 식사와 관련없는 영상을 본 시청자들보다 오히려 식욕을 적게 느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학계에선 정부가 먹방 문제를 다룰 때는 건강에 미치는 영향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의미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연경 명지대 교수는 “대중들은 정부가 개인적인 영역까지 규제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먹방 규제’ 소문에 반발했을 것”이라며 “또 먹방은 그간 대중들의 심리적 허기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부가 비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보다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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