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어린이집 대책은 아이들을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관리책임자들의 면피용 자료입니까.”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와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어린이집 사고, 재발방지 대책은 없는가’ 긴급좌담회를 열었다. 정부는 전날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를 보급하고, 아이가 숨지는 차량사고가 난 어린이집을 폐쇄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날 모인 이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지침이 있어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보건복지부는 2013년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내놨고 2015년에는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심지어 대책과 지침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침이 있어도 관리·감독이 부실하고, 지침을 지킬지는 개인의 양심에 맡겨져 있는 것과 다름 없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지침이 꼼꼼히 지켜지길 기대하는 게 더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아이들 인권을 보장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더 늘어나야 하고, 학부모들로 이뤄진 ‘어린이집 운영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돼야 한다고 했다. 어린이집 운영위는 시행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지만 실제로 설치했는지,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아무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 조 대표는 “운영위원회 권한을 늘리고 부모들의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부모들이 어린이집 운영에 적극 참여하면 계속 관리·감독과 견제를 할 수 있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지자체나 정부 감독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희 참여연대 팀장은 “통학차량 운영비는 학부모로부터 받거나 어린이집 자체 운영비로 충당하는데, 소규모 어린이집은 통학차량과 운전기사를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통학차량 기사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일 때가 많아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발생한 경기도 동두천 어린이집 통학차량 사고 운전기사도 월 28만원을 받고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근무해 왔으며, 아이들이 타고내리는 걸 지속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은 “보육교직원이 아닌 조리사나 운전기사도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같이 키우는 구성원이란 인식이 있어야 한다”라며 “같이 안정적으로 일해야 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학차량 사망사고 나면 어린이집 폐쇄…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 올해말 도입
어린이집 교사 인력이 늘어나고, 보육 여건이 나아져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의견이 같았다. 남봉림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교사회’ 대표는 “보육교사 입장에서 보면, 어린이집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교사 한 명이 여러 아이들을, 닫힌 공간에서 문서 작업들까지 하면서 오랜 시간 돌보는 데 있다”라며 “정부가 보조교사를 충원한다고 하지만, 최소 두 명 이상의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돌봐야만 (개선이)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은주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보육노동자의 노동조건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보육을 포함한 돌봄 노동이 ‘사적 영역에서 여성들이 담당하는 전문성 없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직업의 가치가 평가절하돼 있어 보육교사의 저임금, 불안정한 노동 환경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와 지자체는 보육의 공공성을 무시한 채 민간시설 보조금만 늘려왔고,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을 마련하고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 40% 달성’ 공약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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