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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재난이 된 폭염](7)가난한 동네일수록 ‘녹지 소외’…폭염 가중

ㆍ녹지접근성 분석 연구
ㆍ지방세 부담과 녹지 비례…소득 많은 지역 녹지 늘어
ㆍ기후변화 영향도 ‘불평등’

폭염이 이어진 14일 한 관광객이 서울 청계천에서 발을 담그고 있다. AP연합뉴스

폭염이 이어진 14일 한 관광객이 서울 청계천에서 발을 담그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까지 서울의 폭염은 28일에 열대야는 25일째, 밤낮없는 더위가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폭염은 사회경제 구조의 약한 고리를 덮친다. 지난해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서울에서 폭염이 사망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폭염에 따른 사망 위험은 교육수준이 낮고 가난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8% 높게 추산됐다. 녹지공간이 적은 데 사는 사람은 폭염이 닥치면 사망 위험이 18% 상승했다.

녹지공간과 소득수준도 관계가 있을까. 지난해 명수정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의 ‘환경정의 측면의 녹지접근성 분석 연구’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약자는 녹지에서도 소외되는 ‘환경불평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녹지를 쉽게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국토의 70%가 산인데 사람들은 녹지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친다. 전체 국토 면적의 16.6%를 차지하는 도시에 총인구의 91.8%(4754만명)가 몰려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원 면적은 올해 기준 1인당 7.6㎡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9㎡)에도 못 미친다. 선진국의 1인당 공원 면적은 20~30㎡ 수준이며, 주요 도시 평균은 14㎡ 정도로 알려졌다.

미국 대도시의 경우 빈민층은 도심 주변 슬럼가에 살고 부유층은 자연환경이 우수한 도시 외곽에 거주해 녹지접근성의 불평등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은 이야기가 복잡하다. 도시화 과정에서 빈곤층이 변두리로 서서히 밀려났는데, 도시 외곽에는 산이 많아 오히려 녹지가 많다. 사람들이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도시공원의 경우 종로구·중구·마포구·성북구·강동구 순으로 공원 면적이 넓었다. 반면 양천구·송파구·금천구는 공원 면적이 적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로 빽빽한 ‘부촌’ 주민들이 오히려 자연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취약인구 및 경제적 요인’과 ‘녹지접근성’의 상관관계를 전국적으로 분석해보니 연관성이 뚜렷한 변수가 존재했다. ‘1인당 지방세 부담액’이다. 도시 지역에서 1인당 지방세 부담액이 증가할수록 공원녹지도 비례해 증가했다. 200만원 미만부터 500만원 이상까지 소득수준을 상중하로 나눠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도 비슷했다. 돈을 많이 벌수록 녹지가 풍부한 곳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녹지가 풍부한 지역은 10분 거리 내 찾아갈 수 있거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었다.


‘녹지도 복지’라는 결론이 나온다. 명수정 연구위원은 ‘땅값’이 다른 변수를 압도하는 서울의 복잡한 성격 때문에 이 같은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양천구 목동처럼 상관관계가 명쾌하게 드러나는 지역도 있었다. 처음부터 가로수나 숲을 잘 조성한 계획도시에선 좋은 생활환경이 거주자들의 높은 소득수준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생활공간에서 쉽게 녹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간접적’ 녹지를 조성하는 것이 주민복지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녹지 조성은 폭염을 예방하는 해법이기도 하다. 대구시는 1996년부터 3400만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어 자연적인 그늘막을 만드는 등 ‘폭염 도시’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으로 주목받았다. 황인철 녹색연합 평화생태팀장은 “소득수준에 따라 녹지접근성이 달라진다는 것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불평등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에어컨과 전기요금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의 중요성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