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포스 편의점 판매, 또다시 유보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입력 : 2018.08.08 11:11:01

편의점에서 상비약 구입이 가능해진 2012년 11월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들이 상비약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정부가 속쓰림에 복용하는 약인 ‘겔포스’와 설사 증상을 완화하는 약인 ‘스멕타’를 편의점에서 판매할지를 두고 회의를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조정 심의위원회’ 6차 회의를 열고 겔포스와 스멕타를 편의점 판매약에 추가할지 여부를 논의했다. 하지만 위원들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론을 내리지 못했으며, 결정을 다음 회의로 미뤘다.

정부는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화제 2종을 빼고 겔포스와 스멕타를 추가하자고 제안했으나, 대한약사회에선 타이레놀500㎎을 빼고 편의점 판매 시간을 줄여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봉윤 약사회 정책위원장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겔포스와 스멕타만 논의 대상으로 삼기로 하고 7차 회의 때 표결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에서 파는 안전상비약은 가벼운 증상에 환자 스스로 판단해 사용할 수 있는 약이다. 정부는 현재 오·남용으로 내성이 발생할 수 있고,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약은 안전상비약으로 지정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임신한 산모나 영유아, 노인 등 특정 계층이 복용하면 위험한 약이나. 다른 약과 같이 사용하면 안되는 약도 제외하고 있다.

약사회는 부작용 위험을 근거로 편의점 판매약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새 후보군에 있는 겔포스는 3개월 미만 영아가 복용하면 안되고, 2015년~2016년 사이 7건의 부작용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회는 또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타이레놀도 술을 마신 상태에서 복용하거나, 과다복용하면 심각한 간 손상을 초래할 수 있어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선 모든 약에 부작용이 있으며, 겔포스나 타이레놀 등은 그나마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현재 대중들이 휴일이나 늦은 시각에 약국을 이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약을 늘리면 상시적으로 약을 찾는 편익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편의점 판매약 품목 조정은 지난해부터 논의됐지만 약사회 임원이 자해 소동을 일으키는 등 잡음이 많았다. 약사회는 합의없이 표결로 편의점 판매약 확대를 결정하면 대규모 집단 행동을 벌일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