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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왜 이래

[날씨가 왜 이래]폭염에 바다도 ‘펄펄’…더 빨리, 넓게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극궤도 위성이 관측한 2016~2018년 한반도 주변 해역의 7월 평균 수온 분석 결과.   | 기상청 제공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극궤도 위성이 관측한 2016~2018년 한반도 주변 해역의 7월 평균 수온 분석 결과. | 기상청 제공

한반도 바다가 더 빨리, 넓게 뜨거워지고 있다. 더워진 바다는 사상 최악의 폭염을 부추기고 있다.

기상청이 해양기상부이 17개소에서 관측한 표층 수온 분석 결과 한반도 전 해역의 7월 평균 수온이 2010년 이후 연 0.34도씩 상승했다고 9일 밝혔다. 수온 관측을 시작한 1997년 이후 현재까지 7월 평균 수온 상승폭인 연평균 0.14도의 2.4배가 넘는 수치다.

가장 급하게 덥혀지는 바다는 서해다. 서해는 7월 월평균 수온이 1997년 이후 연 0.17도씩 오르다가 2010년부터는 연 0.54도씩 높아졌다. 남해와 동해의 7월 월평균 수온은 각각 0.30도와 0.21였다. 8월에도 서해는 2010년 이후 연 0.45도씩 올랐다. 남해와 동해의 수온은 각각 연 0.36도와 0.37도씩 상승해 7월보다 상승폭이 컸다. 서해는 수심이 얕고, 주변이 막혀있어 상대적으로 온도가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수온 영역은 최근 3년간 급격하게 넓어지고 있다. 여름철 우리 바다의 평균 수온은 24~25도 정도이다. 2016년에는 7월 평균 25도 등수온선(바다 표층 수온이 같은 곳을 이은 가상의 선)이 태안과 울산 인근 해역에서 나타났는데 2017년에는 백령도와 속초로 오르더니, 기록적 폭염이 찾아온 올해는 북한의 평안북도와 함경남도 인근 해역까지 북상했다.

기상청은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폭염도 매년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우선 올해는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대기 온도가 상승하고, 일사량이 증가하면서 바다 수온이 크게 올랐다. 동해 연안에서는 아열대 바다 수준인 28도를 넘어서면서 물고기 집단 폐사가 잇따르고 있다. 덥혀진 바다는 다시 폭염을 부추긴다. 물은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는다. 바다에서 계속 열을 뿜어내면서 폭염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가면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 태풍은 해수면 아래 찬 바닷물과 표층의 바닷물을 섞어서 수온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2012년 태풍 ‘산바’ 이후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은 없었다. 2016년 태풍 ‘차바’가 남해안에 큰 피해를 입혔지만, 부산 앞바다를 지났을 뿐이다. 올해는 태풍 ‘쁘라삐룬’이 대한해협을 통과해 약간의 비를 뿌렸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가 뜨거워지면 한 번에 큰 태풍이 발생하면서 태풍의 수는 줄어들고, 중·고위도 지방이 달궈지면서 강한 고기압대가 형성돼 태풍을 튕겨내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그 외 북쪽이 막힌 한반도 주변 해역의 특성, 따뜻한 ‘쿠로시오 해류’와 ‘대마 난류’의 세력 강화, 중국 등 주변 국가의 산업화도 바다 온도를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수온 현상은 한반도 해양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90년 이후 고등어, 멸치 등 난류성 어종이 증가하고, 명태나 꽁치 등 한류성 어종은 감소했다. 바다 온난화의 상징은 한국의 대표적 어종이었던 명태다. 1990년대 이전 연간 어획량이 1만t을 넘던 명태는 지난해 어획량이 1t에 그쳤다. 수온이 낮은 북태평양으로 이동한 것이다. 최근 제주 바다에 아열대 바다에 사는 그물코돌산호가 ‘정착’한 것에서 보듯 앞으로는 아열대 어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다 어종의 변화, 어획량 감소, 양식장 집단 폐사 등으로 우리나라 어업의 기본틀 자체가 가까운 시일내 큰 변화를 맞게 될 수도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지난 5일 전남 장흥의 양식장에서 광어 13만 마리가 폐사했다. 바닷물을 끌어다 쓰는 해당 육상양식장 인근 바다의 수온은 지난 1일부터 30∼32.7도까지 올랐다. 광어는 수온이 27도가 넘어가면 먹이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 전남 장흥군 제공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지난 5일 전남 장흥의 양식장에서 광어 13만 마리가 폐사했다. 바닷물을 끌어다 쓰는 해당 육상양식장 인근 바다의 수온은 지난 1일부터 30∼32.7도까지 올랐다. 광어는 수온이 27도가 넘어가면 먹이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 전남 장흥군 제공

기상청은 장기적으로는 도시 계획까지 바꿔야할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뜨거워진 바다가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고, 태풍이나 해일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해안가 침식이 나타날 수 있어 연안 도시계획 수립시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재철 기상청장은 “한반도 주변 해수온도 상승도 기후변화의 일면”이라면서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10일에도 곳곳에 소나기가 내리고,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폭염이 이어진다. 중기예보에선 19일에도 최고기온이 34도 안팎으로 예상되면서 8월 하순까지 폭염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8일 발생한 태풍 야기는 14일 오전 백령도 서남서쪽 해상까지 올라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태풍의 강도가 약해 한반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비구름을 몰고올 수 있어 기상청은 경로를 주시하고 있다.

8월8일까지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12.6일로 동기간 기준 역대 1위가 됐다. 연간 일수로는 역대 4위이다. 이날까지 청주가 27일로 열대야가 가장 많이 나타났고, 부산과 제주에선 21일 연속으로 지속됐다. 서울은 19일째 계속되고 있으며, 날수로는 20일이다. 폭염일수도 8일 기준 23.9일로 역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폭염은 대구에서 32일로 가장 많이 나타났고, 지속일수로는 광주가 28일로 1위다. 서울은 22일째 지속되고 있으며, 전체 일수는 24일이다.

[날씨가 왜 이래]폭염에 바다도 ‘펄펄’…더 빨리, 넓게 뜨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