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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솔릭’ 내일 밤 상륙…초속 40m면 돌이 날아다닌다?

22일 오전 천리안 위성 영상

22일 오전 천리안 위성 영상


힘센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천천히 훑고 지나간다. 24일 새벽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을 지날 것으로 예상돼 큰 피해가 우려된다.

22일 오전 제주 서귀포 남동쪽 해상에 접근한 태풍은 점차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23일 늦은 밤 중부 서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새벽 수도권을 지나 오후에는 강원도 북부에서 동해로 빠져나간다. 태풍 상륙지점은 24일 0시 무렵 충남 태안반도 부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벽 4시쯤에는 서울 동남쪽 20㎞ 지점까지 접근, 수원과 성남 근방을 지난다. 태풍이 내륙을 관통하는 23일 밤부터 24일 오전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22일부터 전국에 비…제주에는 500㎜ 폭우

태풍이 서해안으로 올라오면서 전국이 위험 반경에 들게 됐다. 태풍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불기 때문에 태풍의 오른쪽에선 바람의 방향과 이동 방향이 같아 강한 비바람이 몰아친다. 22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남 해안과 지리산 부근 등 남부지방에는 시간당 50㎜ 안팎의 폭우가 내리고, 누적강수량이 40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 산지에선 5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전남과 경남 서부는 100~250㎜, 서울·경기와 강원·충남·전북에서도 50~100㎜의 비가 예상된다. 서해안과 경기 북부, 강원 북부에도 200㎜ 이상 비가 내린다. 경남동부, 경북, 충북 등의 예상 강우량은 30~80㎜다.

22~24일 모든 바다에 강풍과 함께 5~8m의 매우 높은 물결이 일겠다. 선박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해상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제주도와 남해안, 서해안에서는 너울에 의한 높은 물결이 해안도로나 방파제를 넘을 수 있다.

자료: 기상청

자료: 기상청

■ 비보다 무서운 바람, 항공편도 확인해봐야

태풍이 28도 안팎의 따뜻한 바다를 지나고 있어, 세력을 유지한 채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 남해안이 아닌 서해안으로 들어오면서 비 피해보다는 바람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육지를 지나며 힘이 빠지지 않고 바로 직격하기 때문이다. 강한 중형급 태풍인 솔릭의 강풍 반경은 360㎞에 달하고, 중심기압은 955헥토파스칼(hPa)이다. 태풍 영향 반경 내에서 바람이 가장 센 곳의 풍속은 초속 40m(시속 144㎞)에 달한다.

태풍의 경로와 가까운 해안과 산지에는 최대순간풍속이 초당 50m(시속 180㎞)에 달하는 엄청난 강풍이 분다. 육상에서도 초당 30~40m(시속 108~144㎞)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어, 옥외 시설물이나 고층건물의 유리창, 가로수, 전신주 파손, 공사현장 구조물 붕괴 등 매우 큰 피해가 우려된다. 22일 오후 제주도를 시작으로 24일 아침까지 전국에서 항공기가 뜨고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운항 정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2010년 곤파스와 닮았다는데

솔릭은 예상 경로와 강도 등에서 2010년 8월 말 발생한 제7호 태풍 ‘곤파스’를 빼닮았다. 당시 곤파스는 서해를 통해 북상해 경기 북부를 통과했다. 최대순간풍속은 전남 신안군(홍도)에서 무려 초속 52.4m였으며, 서울에서는 21.6m로 측정됐다. 다만 태풍이 빠르게 빠져나가 비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22일 오후 4시 기준 태풍 솔릭의 경로.   | 기상청

22일 오후 4시 기준 태풍 솔릭의 경로. | 기상청

곤파스는 예상보다 반나절 일찍 상륙해 큰 혼란이 빚어졌다. 당초 9월2일 정오쯤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전 6시30분쯤 강화도에 도달한 것이다. 미리 대비하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던 시민들은 이른 새벽부터 돌풍으로 주택 유리창이 깨지고, 옥상 시설물이 날아가는 돌발 상황에 속수무책이었다. 출근길 철로가 단전되면서 지하철이 멈추고, 가로수가 뽑혀 도로변에 뒹굴었다. 서울 시내 교통에 큰 혼잡이 발생했지만, 긴급복구도 신속히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태풍이 상륙한 9월2일이 대학수학능력평가 9월 모의평가일이라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곤파스가 남긴 인명피해는 사망 6명, 부상 11명 등 총 17명이다. 재산피해는 1761억원에 달했다.

솔릭도 새벽에 한반도에 상륙하는데다 이동 속도마저 느려서 큰 피해가 예상된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강도가 2010년의 곤파스와 비슷한데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시간은 더 길다”면서 “앞으로 진행방향이 달라질 수 있으니 발표되는 예보에 따라 철저히 피해 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 초속 40m면 돌이 날아다닌다?

태풍은 열대성저기압 중에서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에 폭풍우를 동반하는 것을 말한다. 북태평양에서는 태풍, 미주 쪽에서는 허리케인, 인도양과 남태평양 지역에선 사이클론으로 저마다 다르게 부른다. 강한 태풍은 반경이 500㎞에 달하는데 중심으로 갈수록 기압이 낮다. 중심부에는 바람과 구름이 없는 ‘태풍의 눈’이 있다. 태풍 내 구름 높이가 12~20㎞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돌 날릴 만큼 센 태풍 ‘솔릭’, 이틀간 천천히 덮친다

바람 속도가 초속 15가 넘는 지역의 반경이 300㎞ 미만이면 소형, 300~500㎞이면 중형, 500~800㎞이면 대형, 800㎞가 넘으면 초대형으로 분류한다.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17~25m이면 ‘약’, 25~33m이면 ‘중’, 33~44m는 ‘강’, 44m 이상이면 ‘매우 강한’ 태풍으로 분류한다.

태풍이 접근하면 비바람으로 나무가 꺾이고, 건물이 무너지고, 선박이 육상으로 밀려오기도 한다. 태풍의 에너지를 1로 놓고 봤을 때,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위력은 1만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지진도 1만분의 1에 불과하다. 태풍이 원자폭탄이나 지진보다도 1만 배나 힘이 강한 셈이다.

초속 40m의 위력을 가늠하기 힘들면 시속 144km로 고속도로에서 질주하는 자동차에 추돌을 당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된다. 기상청 설명에 따르면, 초속 10m의 바람에는 우산이 부서지고, 15m에선 허술한 간판이 날아간다. 초속 20m의 바람 앞에서는 몸을 30도 정도 굽히지 않으면 걷기 힘들다. 25m에선 지붕의 기와가 날아가고, 30m에선 목조 가옥이 무너진다.

초속 35m의 바람은 열차를 넘어뜨릴 수 있는 강풍이다. 40m에선 작은 돌들이 날아다니고, 50m로 넘어가면 집들이 무너진다. ‘철탑이 휠 정도’인 초속 60m의 강풍이 불면 재앙 수준의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솔릭이 수도권에 도달하면 초속 20m 이상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빌딩 사이에선 초속 40m 수준으로 강해지는 ‘빌딩풍’이 발생할 수도 있다.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를 지나간 2010년 9월 2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아름드리 가로수가 뿌리 채 뽑혀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를 지나간 2010년 9월 2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아름드리 가로수가 뿌리 채 뽑혀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