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언론계에서 ‘부적격 후보자’로 지목됐던 최기화·김도인 전 문화방송 본부장 2명을 지난 10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선임해서 논란이 된 가운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들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압박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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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16일 오전 241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 대표단과 면담하면서 이사 선임에 대한 시민단체의 비판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정치권의 관행, 특정 정당의 행태를 무시할 경우 일어날 파장과 정치적 대립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해, 자유한국당의 개입을 시인했다고 시민행동 측은 주장했다. 면담에 참석한 한 시민행동 관계자는 “방통위원장이 ‘특정 정당의 막무가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만 반복해 ‘정당 원내대표도 아닌 방통위원장이 왜 (정치적 파장을) 고민하느냐’고 물었지만 납득할 만한 해명을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시민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는 이번 선임이 잘못됐음을 알면서도 역할과 권한을 포기한 채 부적격 인사들을 뽑았다”며 “국민의 명령인 ‘적폐 청산’을 외면하고 ‘적폐 부활’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행동은 이사 선임결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국회를 향해서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고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방송관계법 개정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또 방문진 이사 선임에 개입한 것에 대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민들에게 사죄하라고도 했다.
방통위는 지난 10일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9명과 감사 1명을 선임했다. 24명의 후보 중 이사로 뽑힌 최기화·김도인 전 본부장은 김장겸·김재철 사장 시절 요직을 두루 거치며 방송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부당노동행위를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언론노조가 발표한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에도 포함됐다.
이전 정권까지 방문진 이사들은 여당이 6명, 야당이 3명을 추천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었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이런 ‘관행’ 때문에 정권의 방송 장악이 벌어지고 언론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비판이 거셌다. 방통위는 정치권의 ‘나눠먹기’를 막고 이사 선임을 투명하게 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 셈이라고 언론단체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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