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최승호 사장 취임 뒤 계약해지된 기간제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인정을 받았다. 과거 정권의 비호 속에 전횡을 휘둘렀던 경영진 체제에서 채용됐다 해도 정규직 전환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을 인정해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MBC에서 해고된 전직 아나운서 9명의 구제신청 사건을 담당해온 노무법인 참터의 안현경 노무사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지난 10일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2일 밝혔다. 구체적인 이유를 담은 판정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안 노무사는 “근로계약에서 정한 기간은 형식에 불과했으므로 계약기간 만료를 통지한 것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고, 이들에게 계약기간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거나 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사자인 전 아나운서들은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을 반기면서도 아직 판정서가 나오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안광한, 김장겸 사장 시절인 2016년과 2017년 MBC는 계약직 신입 아나운서 11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당시 서류, 카메라테스트, 작문, 면접 등 기존 정규직 신입 공채와 비슷한 전형을 치렀고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했다. 2016년 입사자는 계약이 1회 갱신돼 2년을, 이듬해 입사자는 1년을 일했다. 하지만 새 사장 체제로 바뀐 이후인 지난 4~5월 회사 측의 요구로 재시험을 치렀다. 형식적인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응했으나 11명 중 1명만 합격했고 10명은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이들 중 9명은 “계약 기간은 형식에 불과했고 회사는 정규직 전환을 수차례 약속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부함으로써 사실상 해고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했고,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냈다. ‘적폐’ 사장 시절 입사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으나 자신들은 “적폐가 아니라 전 경영진의 약속에 속은 피해자일 뿐”이라며 거리 시위도 했다. 전 경영진은 계약직 신분인 이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압박했고, 계약직이라는 한계 때문에 노조에 가입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MBC는 이들에 대해 “전문 계약직 사원들이므로 해고를 한 것이 아니며 계약기간이 끝나 퇴사하게 한 것일뿐”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지방노동위는 MBC 측에 해고된 아나운서들을 복직시키라는 구제명령을 내리게 된다. 사측은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지만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담해야 한다. 중앙노동위 재심 결정에도 불복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MBC 관계자는 “지노위 판정서를 검토한 이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안현경 노무사는 “최승호 사장 체제도 어찌 보면 피해자”라며 “MBC 정상화를 내건 만큼, 이전 체제와는 다르게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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