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강신명·구은수 전 청장 등 6명에 2억6300여만원 납부 통보
쌍용차 과잉진압·용산참사 등
국가폭력, 의료비 책임 물게 될 듯
경찰의 과잉진입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의 치료비를 당시 경찰 관계자들과 정부가 물게 됐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쌍용자동차 농성 과잉진압’ 등 보수정권하에 이뤄진 국가폭력들은 줄줄이 의료비 책임을 물게 될 전망이다.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이달 초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6명에게 백 농민의 입원과 치료 당시 쓰여진 건보급여 2억6300여만원을 공단에 지불하라고 통보했다. 대상에는 법무부와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살수차 운용요원, 전·현직 경찰관이 포함됐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 과잉진압을 청와대가 최종 승인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당시 옥쇄파업에 참가했던 해고노동자 김선동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_ 강윤중 기자
건보공단은 통상 보험가입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받으면 건보재정으로 지원하지만, 가입자들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당하면 우선 치료비를 지원한 뒤 그 비용을 가해자에게 물게한다. 백 농민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망했지만, 사건 직후엔 정부 책임이 가려져 입원과 치료에 지원된 급여는 온전히 건보재정으로 지불됐다. 그 뒤 최근에야 형사와 민사판결에서 경찰과 국가의 책임이 인정됐고, 건보공단은 이를 근거로 “폭력을 행사한 국가가 백 농민의 의료비를 물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건보공단은 강 전 청장 등에게 이달 31일까지 청구한 금액을 지불하라고 통보했다. 이들이 기한 내에 돈을 내지 않으면 공단은 소송을 통해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 건보공단 측은 강 전 청장 등이 돈을 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백 농민의 사건을 시작으로 국가폭력 개입이 뒤늦게 밝혀진 사건들에서 의료비 책임을 다시 판단할 예정이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최근까지 백 농민 사건과 쌍용차 사건을 조사해 국가폭력이 있었음을 확인했으며, 다음주에는 용산 화재 참사 사건 조사결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그 뒤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인 고 염호석씨 시신 탈취 사건, 밀양 송전탑 농성,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당시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이 있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진상조사위가 최근 국가폭력을 인정한 쌍용차 사건의 경우, 건보공단은 과거 경찰에 맞아 치료를 받은 쌍용차 해고자들에게 건보로 지원된 치료비 3000만원 가량을 도로 내놓게 해 논란이 됐다. 불법임을 알고도 농성에 참여했기에 이들이 잘못한 것이며, 지원받을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진상조사위가 최근 이 사건의 국가폭력을 인정했지만, 건보공단은 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판단하기에 아직 환수한 돈을 되돌려 주는 절차엔 착수하지 않았다. 경찰이 현재 진행 중인 손배배상 소송을 취하하는 등 변화를 보이면, 피해자들에게 치료비를 되돌려주고 국가에 비용을 대신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다음주 발표하는 용산 참사 사건도 건보공단이 피해자들의 건보급여를 빼앗아 간 사건이란 점에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건보공단은 당시 망루에 오른 철거민들이 “경찰 진압에 맞서 정당한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며 치료비를 환수해갔다. 당시 검찰은 사건 3주일 만에 “화염병이 화재의 원인이었고, 경찰의 진압은 정당한 공무 집행이었다”는 수사 결과를 냈다. 건보공단은 이 결과를 그대로 인용해 의료비 환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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