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고 일반고 전환 요청은 학교측의 자발적 의사결정으로 시작됐습니다. 교육청이 강요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3일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영상 속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말한다. 이 영상은 은평구 대성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낸 청원에 대한 답이었다. 이 학교 학생들은 ‘교육감님은 왜 학생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사고를 폐지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학교 측이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고, 교육청도 “자사고 지정취소에만 관심을 두고 학생들의 억울함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0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처럼 학생들과 시민들이 청원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 문을 열었는데, 대성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가 시교육감이 답변하는 ‘1호 청원’이 됐다. 시민청원은 1만명 이상, 학생청원은 1000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교육감이 직접 답변한다. 대성고 학생들의 청원에는 1185명이 동의했다.
조 교육감은 “법령에 따라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하는 교육행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어서 엄밀하게 보면 청원으로 수용하기 어렵지만 소통의 기회로 삼고자 학생 여러분이 제기한 질문에 답변한다”고 했다. 조 교육감은 학교 측의 요청에 따라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며, 대성고가 일반고로 바뀌어도 지금의 재학생에게는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사고로 입학한 학생은 자사고인 대성고 졸업생이 된다”며 “졸업할 때까지 재학생들이 정상적인 자사고 교육과정을 이수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반고 전환 이후에도 5년간 예산 10억원을 지원해 특색있는 교육이 이뤄지도록 돕겠다고 했다.
대성고 문제는 ‘조희연 2기’ 체제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이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는 서울시교육청 방침이 얼마나 강도높게 진행될지를 보여주는 잣대여서 이목이 쏠려 있다. 2009년 이후 자사고로 운영돼온 이 학교는 지난 7월25일 지원자가 줄고 있다며 시교육청에 자사고 지정취소를 요청했다. 시교육청은 청문 절차를 거쳐 지난달 20일 대성고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요구하는 공문을 교육부에 보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교육감이 자사고를 지정하거나 지정취소할 때에는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교육부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대성고는 형식적인 동의절차를 거쳐 일반고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관악구 미림여고와 구로구 우신고에 이어 서울에서 일반고로 돌아가는 3번째 사례가 된다.
하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반발하고 있다. 대성고 학생·학부모 390명은 일반고 전환에 반대하며 조 교육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등록금 납부까지 거부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학교 법인에서 제출한 자료에 기초해 정책을 진행했다”며 “학부모님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학교측의 노력이 공감을 얻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다는 주장에는 “2014년부터 추진한 시교육청의 전환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특정한 방식으로 강요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조 교육감은 “고교 다양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자사고 정책은 입시명문이 되기 위한 무한경쟁으로 치달아 고교교육을 왜곡시켜 왔다”며 “학생들이 원한다면 토론회를 열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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