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들의 ‘무릎 호소’ 1년 만에 서울시교육청과 강서구 주민들이 예정대로 특수학교를 짓기로 합의했다. 그 대신 새 부지가 나오면 한방병원 건립에 협조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번 합의로 출구를 찾은 ‘강서 특수학교 사태’는 약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포용력을 시험대에 오르게 한 대표 사례로 남게 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강서구 국회의원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손동호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오후 국회에서 “강서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그동안의 오해와 갈등을, 소통과 협력을 통해 아름답게 마무리하기로 했다”며 최종 합의문을 발표했다.
핵심은 옛 공진초등학교 터에 계획대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짓되, 앞으로 주변 학교가 통폐합해 새 부지가 나오면 시교육청이 한방병원 건립에 ‘최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이다. 또 서진학교에는 강서구에 사는 학생을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옛 공진초 건물을 활용해 주민을 위한 복합문화시설을 만들고,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항은 추가로 협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달 7일 서진학교가 첫 삽을 뜨기까지 걸어온 길은 험난했다. 갈등에 불을 지핀 건 김 원내대표가 지난 2016년 4·13 총선에서 내건 공약이었다. 그는 옛 공진초 터에 한방병원을 세우겠다고 했다. 이에 동조한 주민들의 ‘특수학교 반발’은 갈수록 심해졌다. 지난해 9월 장애아를 키우는 학부모들이 주민 토론회에서 학교를 짓게 해 달라며 무릎꿇고 호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3월 특수학교 설립추진 설명회에서 일부 주민들은 확성기를 동원해 진행을 막았다.
이번 합의는 조 교육감 지시로 시교육청이 먼저 제안했다. 학교 설립은 교육감 권한이기 때문에 주민이나 지역구 국회의원과 합의할 필요는 없다. 특히 서진학교는 교육청이 소유한 학교용지에 기존 학교건물을 활용해 짓는 것이기에 시교육청이 강행을 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공사가 시작된 뒤에도 반대를 굽히지 않자, 주민들을 좀 더 설득해보기로 한 것이다. 조 교육감은 “강행해서 건물을 완공하는 것보다 주민들 축복 속에서 손을 잡고 공사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합의문에서 “배려와 공감으로 특수학교 설립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력하며, 설립 이후에는 장애·비장애와 특수학교·일반학교를 떠나 구민으로서 함께 하는 아름다운 강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내년 8월말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고 9월 2학기에 개교할 계획이다.
앙금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한 주민은 “교육청의 일방적인 공사로 먼지, 소음이 발생해 주민들이 잠을 못자는 상황이라 다시 투쟁해야 하나 싶었는데 합의가 됐으니 일단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합의문 발표 직전까지도 표현 방식을 두고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조 교육감과 김 원내대표의 입장차가 커 행사를 취소했다가 다시 진행하는 등 곡절을 겪었다. 시교육청은 5일 오전 ‘무릎 호소 그 후 1년, 특수교육 혁신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장애학생들의 교육과 복지를 지원하기 위한 ‘장애학생 종합지원 코디네이터’ 도입 등 특수교육 발전 추진과제를 발표할 계획이다.
‘합의’에도 계속되는 강서 특수학교 논란···“기피시설 인식 심어줘” 부모들 반발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의무교육기관인 특수학교는 결코 기피시설이 아니다. 이번 합의는 마치 특수학교가 기피시설인 듯한 인식을 더 강하게 심어줬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서울시교육청과 강서구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맺은 합의를 비판했다. 이들은 “방해하지 않을테니 무엇인가 다른 것을 내놓으라는 저들의 압력에 스스로 굴복해 대가성 합의를 해준 것”이라며 “앞으로 특수학교 설립 때마다 댓가를 지불해야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강서구 국회의원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손동호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예정대로 특수학교를 짓기로 했다며 합의문을 발표했다. 옛 공진초등학교 터에 계획대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짓되, 앞으로 주변 학교가 통폐합해 새 부지가 나오면 시교육청이 한방병원 건립에 ‘최우선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조 교육감 지시로 시교육청이 먼저 제안했다. 학교 설립은 교육감 권한이기 때문에 주민이나 지역구 국회의원과 합의할 필요는 없다. 조 교육감은 “강행해서 건물을 완공하는 것보다 주민들 축복 속에서 손을 잡고 공사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애아를 키우는 학부모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이미 공사에 들어간 특수학교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설립을 ‘협조’ 받는다는 것은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장애학생 부모들에게 합의에 대한 내용을 알리지 않은 점도 꼬집었다.
조부용 강서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합의의) 뜻은 선할지 모르나 결과가 미칠 파장을 생각한 건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한국사회를 (특정 시설 설립을) ’반대하면 돈이 떨어지는구나’라고 생각하는 후진국으로 만들 것 같다”고 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특수교육 혁신 간담회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면,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방식의 결과가 나왔다면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간담회 전 학부모 면담에서도 학부모들과 소통하지 않은 점을 사과했다.
조 교육감은 합의의가 갖는 의미에 대해 “내년 9월 1일 강서특수학교 개교에 대한 실질적인 담보를 하기 위한 저 나름대로의 노력이었다고 널리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 9월 1일 특수학교 개교를 위해 뚜벅뚜벅 가는 것이다. 지난 17년동안 특수학교 개교를 약속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던 숱한 역사를 반복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100% 반복하지 않게 될 것이니 함께 기뻐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장애학생 부모들은 합의 철회와 조 교육감, 김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주쯤 조 교육감과 다시 만나 이야기하는 자리를 갖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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