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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열전

삼성전자서비스 ‘직접고용’에서 콜센터는 뺀다? ‘을 중의 을’의 설움

4월 1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나두식 지회장(왼쪽)과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가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4월 1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나두식 지회장(왼쪽)과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가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약 8000여명을 직접고용하기로 노사합의를 해놓고, 1000여명의 콜센터 직원은 직접고용 대상에서 빼겠다고 해 반발이 일고 있다. 노조는 협력업체 중에서도 고용 불안이 심하고 노조 가입률도 낮은 ‘을 중의 을’을 배제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직접고용 전환 실무협의가 지난달 30일 결렬됐다“고 5일 밝혔다. 지난 4월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조와 합의를 통해 “90여개 협력사에서 8000명 안팎의 직원을 직접고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협력업체의 범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노사는 합의 후 지난달 말까지 24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노조는 “사측이 직군 상관없이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고용 대상으로 삼았다가 지난달 30일 갑자기 콜센터 직군은 뺀다며 ‘말바꾸기’를 했다”고 주장한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이날 “수리직군, 지원(자재) 협력사, B2B 협력사, 패널(집하공장) 협력사는 모두 직접고용 전환대상이지만 콜센터 전문상담 직군은 배제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이 합의를 깬 것으로 보고, 5일부터 14일까지 조합원들이 반차나 연차를 나고 파업집회를 여는 ‘연차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

삼성 측은 애초부터 ‘수리직군’만 직접고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니 합의 내용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협상 파트너인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지난 4월 직접고용하겠다고 한 90여개 협력사 8000여명은 수리직군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콜센터 직군은 원래부터 직접고용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측은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기로 한 인천공항공사에서도 콜센터 직군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으로, 콜센터는 직접고용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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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진 노조 대외협력부장은 “콜센터 직원들은 평균 근속년수가 2년 정도이고 여성이 70~80%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직군보다 고용 불안정도 심하다. 수리직군이 대개 남성인 것과 달리 콜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에서,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약한 이들을 배제하는 ‘분리대응’이라는 비판이 많다. 콜센터 협력업체 이투씨 직원들은 지난 7월부터 노조에 가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노조 가입률이 아직 10%에 불과하다.

노조 측은 삼성이 콜센터 직원과 수리기사들을 경쟁시키면서 수익을 내는 구조를 유지하려 하는 것으로도 의심한다. 황수진 부장은 “콜센터에서 상담으로 수리 접수량을 줄이면 콜센터 실적은 올라가고 수리기사의 실적은 내려가는 구조인데 그동안 삼성은 이런 출혈경쟁으로 이득을 봐왔다”며 “두 직군이 같은 회사에 들어가면 이런 경쟁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