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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열전

‘별표 두 개 택배는 비조합원에게’ CJ대한통운 ‘택배 빼돌리기’

CJ대한통운이 노동조합 조합원 앞으로 할당된 물량을 비조합원에게 배송시키는 ‘물량 빼돌리기’를 위해 표시한 별표가 택배상자에 찍혀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제공

CJ대한통운이 노동조합 조합원 앞으로 할당된 물량을 비조합원에게 배송시키는 ‘물량 빼돌리기’를 위해 표시한 별표가 택배상자에 찍혀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제공

CJ대한통운이 김해·창원·울산 등 영남권 지역에서 노조 조합원 앞으로 할당된 물량들을 비조합원들에게 배송시키는 ‘물량 빼돌리기’를 통해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택배연대노조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이 영남권에 위치한 8개 터미널을 중심으로 ‘물량 빼돌리기’를 하면서 건당 수수료로 임금을 받는 영남권 230여 조합원들의 생존권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일 전국택배연대노조 정책국장은 “3주 동안 조합원들의 배송량이 하루 평균 300개에서 10개 수준으로 줄었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CJ대한통운 측이 노조 소속 기사가 담당한 구역의 배송 물품의 상자 겉면에 별표 2개(★★)를 따로 표시해 걸러낸 다음 이 택배들을 자사 직영 기사에게 맡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갈등은 택배 배송 전 물품을 어디로 배달할지 분류하는 작업을 노동시간에 포함시켜달라는 노조 측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배송 전 분류 작업에만 통상 7시간 걸린다며 이는 곧 ’공짜노동‘이라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노조는 지난달 30일 하루 경고파업을 벌이고 지난 1일 업무에 복귀했으나 이후 분류 작업은 거부하고 있다. 대리점 측과 위수탁 계약을 맺을 당시 배송 업무에 대해서만 계약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남권에는 택배 기사들 중 노조에 가입된 조합원들이 많아 이같은 갈등이 특히 불거지고 있다.

▶ 관련기사 : 택배는 왜 오후에 올까..."택배 노동자 쥐어짜는 '공짜노동' 때문"

이에 대해 CJ대한통운은 “분류하는 시점부터 배송 업무가 시작되는 것으로 봐야하는데 분류를 하지 않겠다는 건 배송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고 비노조원에게 물량을 배정한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지역터미널 80%에 자동분류기가 설치되면서 소요 시간이 일 2시간 정도로 크게 줄었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CJ대한통운 측은 택배기사들과 위·수탁 계약을 맺은 것은 각 대리점주들이기 때문에 ‘7시간 공짜노동 분류작업’ 개선 요구에 대해선 노조와 교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본사가 해결책 제시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배송 현장에서는 노조 조합원 대 비조합원 택배기사들의 갈등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날 CJ대한통운 전국택배대리점연합에 소속된 대리점주 및 택배기사들은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국택배연대노조가 배송을 거부하면서 비노조 택배기사들이 늦은 시간까지 추가 배송을 하고 있다”고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