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서울지역 22개 공동 입학 설명회 가보니
“자사고를 없애자는 사람들은 외눈박이 평등론자들이다.” “끝까지 지켜낼테니 안심하고 지원해달라.”
19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은 학부모들로 가득 찼다. 교복을 입은 중학생들도 보였다. 모인 이들은 2000명이 넘어, 1800여개의 좌석이 모자랐다. 서울지역 22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예비 고1을 위한 서울 자사고 연합 설명회’에 참석한 이들이었다. 교육당국이 내년부터 자사고와 국제고, 외고의 학생 우선 선발을 없애고 동시선발을 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는 등 자사고·특목고 단계적 폐지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열린 행사였다. 학부모들은 불안감과 기대감 속에 귀를 곧추 세웠고, 자사고들은 당국을 규탄하면서 “안심하고 지원하라”고 강조했다.
오세목 전국자사고연합회장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준비되지 않은 교육정책이 쏟아지고 있다”며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근자에 들어 자사고와 특목고를 없애겠다고 주장하는 외눈박이 평등론자들이 있다”면서 “유관순 열사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이곳에서 교육독립 만세, 사학자유 만세, 자사고 만만세를 외치고 싶다”고 했다. 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비할 “플랜 A·B·C를 준비하고 있다”며 “자사고를 끝까지 지켜내겠다. 안심하고 당당하게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설명회의 타이틀인 ‘021 대입, 자사고가 정답이다!!!’가 말해주듯, 이날 주최측이 준비한 강연은 일반고보다 자사고에 진학하는 것이 대입에 유리하다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자사고 대입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강사들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비에서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낫다는 논리를 펼쳤다.
학부모들은 대입에 유리하다는 주장과 정부 정책 사이에서 고민하는 눈치였다. 정선이씨(46)는 “대입 제도가 바뀐다 하고 교과서도 새로 나왔다고 해서 들어보러 왔다”며 “사실 학생부 대비는 부모가 알아보고 해주는 게 더 중요하지 않느냐”고 했다. “아이를 고등학교에 보내야 하니 알아보고 있긴 하지만 공교육을 강화하려면 사실 자사고를 없애는 게 맞다고 본다”고 인정했다. 중3 자녀를 둔 윤모씨(41)는 “회사에 반차를 내고 왔는데 자사고 폐지에 대한 억울함만 얘기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민정씨(42)는 “대입에서 내신이 중요하다는데, 들어보니 상위권 대학에 학종으로 합격시키려면 자사고가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대학입시에 대한 불안감이 자사고의 인기를 뒷받침해주는 기반임은 여러 학부모의 말에서 확인됐다. 신모씨(43)도 “자사고에 보낼지는 고민 중이지만 일반고에 보내더라도 공립고보다는 사립고에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외고·국제고·자사고 입시를 일반고와 동시에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동시선발이 시작되는 것은 지금의 중 2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19학년도부터다. 그래서인지 이번 설명회에는 중 2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보였다. 김모씨(46)는 “우리 아이가 ‘마루타’가 되는 기분”이라며 “불안감에 정보라도 얻으려고 왔다”고 했다. 중2딸을 둔 신모씨(48)는 우선 선발권이 없어지면 자사고의 인기가 크게 줄 것이라면서 “특히 서울의 자사고 중 여고는 두 곳뿐이라 여학생들에게는 자사고의 매력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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