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년 연속 ‘세계에서 10번째로 성평등한 국가’로 선정됐다. 16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유엔개발계획(UNDP)이 전 세계 18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성불평등지수(GII)’에서 한국은 0.063점을 얻어 전세계에서 10번째로 성평등한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불평등지수는 0점에 가까울수록 평등하다는 뜻이다.
올해 조사에서 가장 성평등한 나라로 꼽힌 곳은 스위스였고, 덴마크와 네덜란드, 스웨덴, 벨기에 등 유럽국가들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올해 2년 연속으로 10위를 차지해 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발표하는 ‘성 격차지수(GGI)’에서 지난해 한국이 144개국 중 118위를 기록한 것과는 정반대 결과다.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두 조사가 다루는 통계지표 범위와 산출방식이 달라서다. 성불평등지수는 해당 국가 여성의 삶의 질이 어떤지 ‘절대평가’ 하는 지표다. 구체적으로는 출생 10만명당 임신·출산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자 수(모성사망비), 15~19세 여성인구 1000명당 출산율(청소년 출산율), 여성의원 비율, 중등교육 이상을 받은 인구, 경제활동참가율 등 5개 지표가 순위 산출에 활용된다. 성별 임금격차 등 남녀 차이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들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청소년 출산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 성불평등지수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끼친다. 올해 10위권 안에 든 다른 국가들과 한국의 성적표를 비교해 보면 한국은 청소년 출산율을 제외한 모든 지표에서 다른 나라보다 뒤쳐졌다. 10위권 국가들의 모성사망비 평균은 6명이었지만 한국은 11명이었다. 평균 여성의원 비율은 35.5%인 반면 한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7%에 불과했다. 중등교육 이상을 받은 여성의 비율과 여성 경제활동참가율도 각각 89.8%, 52.1%로 10위권 평균(92.7%, 58.1%)보다 낮았다. 유독 청소년 출산율만 1.6명으로 평균(4.62명)보다 크게 낮아 10위권 안에 들 수 있었다. 청소년 출산율이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이유는 이른 출산이 여성들의 교육기회를 제약해서다. 하지만 한국의 청소년 출산율이 낮은 이유가 사회적으로 청소년의 성과 혼외출산을 금기시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지표가 성평등 순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성격차지수는 국가의 개발 수준이나 절대적 여성인권 수준이 아닌 ‘국가 내 성별 격차’에 따라 순위가 달라지도록 설계돼 있다. 경제참여도와 참여기회, 교육성취도, 건강과 생존, 정치권한 등 4개 부문과 14개의 세부 측정지표를 통해 남성의 지위를 1로 놓고 여성의 지위를 측정한다. 한국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정치적 대표성이 낮은데다 성별 임금격차가 커 나쁜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여성의 삶의 질이 나쁘더라도 남성과 비슷하게 나쁘다면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맹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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