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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뒤 남아도는 통조림 세트, 푸드뱅크에는 ‘부족’

편의점 업체에서 지역푸드뱅크에 생필품을 기부하는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편의점 업체에서 지역푸드뱅크에 생필품을 기부하는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명절에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통조림세트다. 햄이나 가공한 생선이 들어있는 통조림들은 누군가에겐 ‘정크푸드’의 하나로 취급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서민들에겐 싸고 유용한 단백질 공급원 중 하나다. 특히 유통기한도 길기 때문에 저소득층을 위한 구호물품으로도 인기가 많다.

이 때문에 명절이 끝나면 각 지방자치단체들이나 푸드뱅크들은 “각 가정에 남는 선물세트를 기부해달라”는 캠페인을 벌이곤 한다. 하지만 통조림 세트가 실제 기부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 전국 푸드뱅크 사업소를 운영하는 한국사회복지회 측은 27일 “명절 이후에 통조림 등 음식 기부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 받아보면 평소에 비해 크게 늘지 않는 편”이라며 “기본적으로 개인들의 기부가 많지 않고, 기업들도 명절 전후 바쁜 편이라 여유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인들의 식품 기부가 많지 않은 것은 국내에서 식품 기부가 주로 절세 혜택을 노린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푸드뱅크의 2015년 통계를 보면, 총 1592억원 상당의 식품이 들어왔으나 식품제조·가공업체나 마트 등의 도·소매업체에서 기부한 물량이 1098억원 가량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반 가정에서 기부한 것은 8억6500만원 가량으로 0.5% 수준이다. 식품 기부 활동은 매년 양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가정 단위의 기부는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가정의 식품 기부가 저조한 이유로는 기부 문화의 미성숙과 함께 제도의 접근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자가 서울과 경기권의 푸드뱅크 사업소들을 살펴본 결과 등록된 곳이 아예 없는 지역도 있었으며, 실제로는 있으나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아 접근이 힘든 경우도 있었다. 일부 사업장들은 직원들이 기부 물품을 받거나 나눠주러 나가 연락을 받지 않을 때도 많았다. 강원도 지역의 한 푸드뱅크 사업소 직원은 “지역 푸드뱅크들을 살펴보면 통상 1명, 많아야 2명 정도의 직원들이 배치돼 있다”라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인건비를 지원하는데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적은 인원을 유지해야 하고, 이러다보니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가정에서의 기부가 적다면 업체에서의 기부라도 많아야 하지만, 통조림처럼 유통기한이 긴 제품들은 업체의 대량 기부를 기대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국내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판매한 뒤 남는 물품들을 기부할 때가 많은데, 유통기한이 긴 제품들은 그 기간 이내에 어떻게든 팔 수 있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복지회 측은 “기부 문화가 성숙한 외국의 경우 기업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 기부를 감안해 추가적인 계획 생산을 할 때도 있지만, 국내에서 이 정도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