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대 연기금에 속하는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이 ‘탈석탄 투자’를 선언하고 앞으로 석탄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사학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은 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탄발전이 미세먼지의 주요 요인임을 인식하고, 향후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자금지원)과 관련 회사채 등을 통한 금융투자 및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석탄 투자 대신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와 기존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지속가능투자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두 연기금의 이같은 결정은 세계적인 금융사들과 연기금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탈석탄 투자’를 선언하는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다.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기관인 ‘350.org’는 석탄발전·화석연료 투자를 배제하는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985개 투자 기관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다국적 금융그룹 HSBC는 전세계에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금융투자와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독일 보험회사 알리안츠는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와 광산에 보험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연기금 중에서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도 석탄 발전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금융기관의 탈석탄 투자 요구가 계속해서 나왔다. 지난 5월 환경시민단체들은 KB국민은행이 강릉의 석탄화력발전소에 금융 주선을 하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를 전국에서 벌였다. 환경단체들은 금융대기업들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자금을 지원하는 게 ‘사회책임투자’ 원칙에 어긋난다며 비판해왔다.
3대 연기금 중 두 곳이 앞장서면서 금융기관들은 ‘탈석탄 투자’를 투자원칙으로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한국의 3대 연기금으로 사학연금의 기금규모는 작년 말 기준 19조2103억원, 금융자산운용액은 15조8404억원이다. 공무원연금의 기금규모는 11조원이며 금융자산운용규모는 8조원에 이른다.
두 기관의 탈석탄 선언을 도운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이종오 사무국장은 “국내 주요 금융사들 중에도 ‘탈석탄 투자’ 선언을 고려하고 있는 곳이 상당수”라며 “국민연금, 한국교직원공제회처럼 공적인 성격을 띤 데다 운용 자금 규모가 큰 곳에서 ‘탈석탄 선언’에 먼저 나서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금융감독기구에서 금융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지를 살필 때 ‘탈석탄 투자’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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