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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돈 벌기

불법체류 외국인들 ‘골라서’ 고용한 뒤 임금 6000만원 떼어먹은 고용주 구속

일러스트|김상민 화백.

일러스트|김상민 화백.

“사장님, 돈주세요.” “네가 일 못해서 못줘.”

중국에서 온 ㄱ씨는 경북 고령군의 공장에서 금속을 연마하는 일을 했다. 한국인들이 꺼리는 작업이어서 공장에는 중국인, 스리랑카인이 많았다. 사장 유모씨는 첫 두어달 이후부터는 월급을 주지 않았다.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핑계를 댔다. ㄱ씨를 포함한 외국인 노동자들 대부분이 불법체류자여서 사장을 신고하지 못한 채 계속 일해야만 했다.

미등록·불법 체류 노동자들은 임금이 밀려도 신고하지 못한다. 유씨는 2012년부터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주로 고용해 상습적으로 임금을 떼어먹었다. 고용노동부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은 유씨가 10명의 임금 약 6000만원을 4개월 간 체불한 혐의로 구속됐다고 14일 밝혔다. 김태홍 근로감독관은 “불법체류 노동자를 고용한 경우 사업주가 월급을 준 기록을 잘 남기지 않거나 고용기록 자체가 없는 사업장이 많아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씨의 사례도 노동자들에게 피해 사실을 들은 시민단체가 신고를 하면서 노동청 조사가 이뤄졌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고용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체불 액수는 744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2013년의 269억원에서 2.8배로 늘었다. 임금을 떼어먹거나 미룬 사업장은 1만222개에 달했다. 돈을 못 받았다고 신고한 외국인 노동자는 모두 2만2765명으로 5년 전의 9223명의 2.5배로 증가했다. 1인당 약 327만 원을 제때에 받지 못한 것이다.

이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비교적 저임금인 점을 고려하면 2~3개월치 급여를 못 받은 셈”이라며 “불법체류 노동자까지 감안하면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노동조합 등은 14일 오후 서울 시청역 부근에서 네팔,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 등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2018 전국 이주 노동자 대회’를 열고, 차별 철폐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