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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시대의원회의 무산 ‘경사노위’ 참석 여부 결정 못해

민주노총이 17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복귀할지 결정하려다 ‘정족수 미달’로 회의를 미뤘다. 양대 노총을 설득하면서 힘겹게 다음달 출범 일정을 잡은 경사노위의 앞날도 다시 불투명해졌다.

민주노총은 이날 강원도 영월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안건 토론에 부칠 예정이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회의를 미뤘다. 전체 1137명의 대의원 중 과반인 569명의 표를 얻어야 통과되는데, 참석 인원이 535명에 그쳐 개회선언조차 하지 못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집행부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총파업을 앞두고 대의원대회를 성사시키는 것이 지도부의 몫이었지만 치열한 토론과 힘 있는 결정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노사정위원회를 확대해 새로 만들어진 경사노위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노동정책을 비롯해 고용·노동과 관련된 경제·사회정책을 논의한다. 올해부터는 민주노총·한국노총과 경총, 대한상의 등 노사 대표뿐 아니라 청년, 여성, 비정규직, 소상공인도 참여하는 대화기구로 확대된다. 1999년 노사정위에서 탈퇴한 민주노총이 올해 경사노위에 복귀하면 19년 만에 제대로 된 노사정 대화기구가 출범하게 된다.

산하 소위원회들을 구성하고 준비에 박차를 가해온 경사노위는 민주노총이 동참한다는 전제 아래 다음달 본위원회를 발족하고 공식 출범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회의가 미뤄지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생겼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그동안 ‘친정’인 민주노총을 설득해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온 힘을 쏟아왔다. 하지만 경사노위 내에 ‘언제까지나 민주노총을 기다릴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노동계의 큰 축인 민주노총 없이 경사노위가 우선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불발은 유감”이라며 “이제 그만 경사노위 체계로 전환하자”고 말했다.


최저임금위 빠졌던 민주노총, '경사노위'도 빠지나...국민연금 등 '사회적 대화' 일정도 차질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할지 결정하겠다던 민주노총은 안건 표결조차 하지 못했고, 노동기본권과 국민연금 개편안 등 중요한 논의를 해나갈 경사노위 출범 일정도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사노위 안팎에선 “더 미루지 말고 기구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요한 노동이슈와 경제·사회정책 논의에서 민주노총이 배제를 자초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민주노총은 17일부터 18일까지 강원도 영월에서 열린 정책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려 했지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개회선언도 못하고 일정을 마쳤다. “민주노총이 노동개혁 과제 입법에 앞장서야 한다”는 집행부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면 얻는 것보다 양보해야 할 게 더 많다”는 일부 그룹의 주장이 첨예하게 부딪혔다. 일단 11월 총파업에 집중한 뒤 노사정 대화에 들어갈 지 검토하자는 강경파들이 결국 이긴 셈이다.

민주노총은 19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이후 계획을 논의한다. 연내에 임시대의원대회를 다시 소집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고, 내년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사회적 대화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으나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등에 반대하며 대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1년이 넘도록 끌어오다가 내년으로 결정을 미루게 되는 셈이다.

경사노위 내부에서는 “민주노총을 계속 기다릴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노조 전임자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논의 등 현안이 쌓여 있는 한국노총은 일단 출범한 뒤 민주노총을 기다리자는 입장이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민주노총 참여를 굳이 기다려야 하냐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노동계의 한 축인 한국노총이 들어온 만큼 노사정 대화의 틀은 갖췄기 때문이다. 경영계도 경사노위 체제를 빨리 출범시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경사노위 출범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노사정대표자회의’ 산하에는 노동·사회현안들을 다루는 위원회 4개가 꾸려져 있다.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전교조·전공노 ‘법외화’의 빌미가 된 노동조합법상 단결권 제한 조항,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3권 보장 방안 등을 논의한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산재 예방을 위한 법·제도 개선사항 등을 다룬다. 실업부조나 근로장려금,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사회보장시스템 전반을 논의하는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 보호방안 등을 논의하는 디지털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도 굴러가고 있다. 이 위원회들은 경사노위가 공식 출범하면 모두 경사노위로 넘어간다. 국민연금 개편안도 경사노위에서 논의한다.

경사노위는 노사정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출범 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다. 당초 계획한 11월 출범은 사실상 어려워졌지만, 여러 주체들이 완강히 주장하면 민주노총이 빠진 채로 연내 출범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민주노총은 중요한 노동·사회 현안 결정과정에서 배제된다. 

민주노총은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를 보이콧해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제도 ‘개악’을 방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사노위에서 빠지면 또다시 중요한 현안 논의에서 ‘셀프 배제’를 택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중요한 현안들을 완전한 사회적 대화체에서 논의할 수 있으려면 민주노총이 빠른 시일 내에 참여를 결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