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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자본’ 퍼트넘 교수 “어려운 아이들 더 많이 돕는 ‘누진 지원’ 필요”

“학교는 심각한 양극화 문제가 드러나는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와 교사를 비난하지만 학교가 아닌 사회의 나머지 분야가 사회적 격차를 키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를 비난하기보다는 제 역할을 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미국의 대표 정치학자인 로버트 퍼트넘 교수(77)는 16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오찬을 하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퍼트넘 교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유종성 가천대 교수 등 10여명과 대화를 나눴다.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가 16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퍼트넘 교수는 저서 <나홀로 볼링> <사회적 자본과 민주주의> 등을 통해 사회 구성원 간 끈끈함이 사라져 ‘사회적 자본’이 쇠퇴하는 현상을 지적했다. 사회적 자본은 ‘결합’과 ‘연결’로 구분된다. 결합은 또래·인종·종교처럼 같은 특성 사이에 발생하고, 연결은 다른 축구팀 팬클럽처럼 이질적인 집단 사이에 생긴다. 두 사회적 자본은 상호보완적이다. “내 연결 자본은 ‘나이 든 남자 유태인 교수’예요. 이 계급적 다리가 매우 중요해요. 가난한 이들은 이런 연결이 매우 적기 때문에 정부 역할이 중요합니다.”

교육에도 관심을 둔 퍼트넘 교수는 2015년 <우리 아이들>에서 계급적 격차가 어떻게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지는지 분석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40~50년 전부터 미국 사회는 임금격차가 심해졌는데 그것만 아니라 사회 자체가 분리됐다. 부자 아이들은 부자 아이만, 가난한 아이들은 가난한 아이만 만난다”며 “자신이 사는 동네 학교만 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분리가 기회의 격차로 이어집니다. 학교에서는 격차가 커지지 않습니다. 학교에 가기 전부터 격차가 커지는 겁니다.”

퍼트넘 교수는 직업 간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직업교육을 ‘2차 교육’이 아니라 수학과 영어와 동등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공교육이 지금보다 수준 높은 교육을 아이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부자들은 아이가 두 살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보내죠. 그냥 아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교육을 한다는 것입니다. 공교육에서도 그런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을 공동체가 학교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마을과 학교를 통합해 운영하는 것은 격차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유한 학교들은 스포츠팀이나 오케스트라에 참여할 기회가 많습니다. 가난한 동네에선 아이들이 풋볼을 하면서 협동심을 발달시킬 기회가 줄어든다는 거죠. 실리콘밸리의 학부모들은 수백만달러를 학비로 쓴대요. 문제는 이게 축하할 게 아니라 실리콘밸리는 매우 불평등하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이죠. 조금만 떨어져도 주로 이민자들이 다니는 가난한 학교가 있거든요.”

그는 단지 모두에게 평등하게 돈을 주는 것이 똑같은 결과를 내는 건 아니라고 봤다. 어려운 아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누진세와 같이 진보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 다른 출발선에 서지 않도록 무거운 신발을 벗겨야 합니다. 공공기관이 철부츠를 벗겨야 하죠. 그게 바로 사회적인 개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