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 50명인데 두부 2모로 국을 끓였다.”
“에어컨과 청소기를 어린이집 용품으로 산 뒤 원장 집 오래된 것들과 바꿔놨다.”
“원장 남편을 방과후반 교사로 허위 등록해 임금을 받아갔다.”
사립유치원뿐 아니라 어린이집도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허술한 감독 탓이다. 교육부가 유치원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에 맞춰, 보건복지부도 전국 어린이집 2000곳을 대상으로 집중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와 ‘정치하는 엄마들’은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은 유치원보다 영세하고 지자체 관리가 소홀해 비리의 전모가 쉽게 드러나지 않을 뿐, 비리 내용이나 방법은 사립유치원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전날 어린이집 교사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태조사를 해보니 응답자 228명 중 71.9%가 ‘급식 비리’가 의심되는 정황을 목격했거나 경험했다고 답했다. 교구 구입 ‘리베이트’를 목격했다는 사람은 60.4%였다. 절반 이상이 인건비를 허위지급한 사례를 봤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어린이집 4만여곳 중 국·공립은 7.8%인 3157곳뿐이다. 이마저도 절반 이상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한다. 서진숙 노조 부위원장은 “어린이집 원장은 돈이 없어 ‘루이비똥’ 같은 명품가방은 살 수 없지만 규모가 작은 만큼 자잘하고 일상적인 비리가 일어난다”며 “원장이 무법천지로 운영해도 누구 하나 이걸 바꾸려고 하거나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가 내부고발을 하면 (원장들끼리 공유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을 못한다. 교사들은 매일 비리를 보면서도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린이집은 사회복지시설이어서 유치원보다는 관리감독이 엄격한 편이다. 복지부는 매년 지자체와 함께 3400여곳에 대해 현장점검을 하며, 지자체도 별도로 정기점검을 한다. 비리가 적발되면 운영정지·시설폐쇄, 원장 자격정지, 보조금 환수 같은 행정처분을 내린다. 보조금 부정수급액이 300만원이 넘는 어린이집은 대표자·원장 이름과 함께 지자체와 복지부 홈페이지, 어린이집정보공개포털에 공개한다.
하지만 노조는 “곳곳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경남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일하지도 않은 남편에게 월급을 줬다가 기소됐지만 대법원은 ‘횡령’이 아니라고 봤다. 원아 부모들이 정부 지원금을 받아 ‘아이사랑 카드’로 결제한 돈을 빼돌린 것인데, 일단 보육료로 결제된 이상 원장 소유 재산이므로 ‘남의 재산을 빼돌린’ 것이 아니어서 횡령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비판의 화살이 어린이집으로도 향하자 복지부는 22일부터 12월14일까지 부정수급 가능성이 있는 2000곳을 선별해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아동이나 교사를 허위 등록해 보조금을 타거나 보육료를 부당하게 쓴 사례를 살피고, 특별활동비 현황과 통학차량 신고·안전조치 여부도 확인한다. 지자체 정기점검을 강화해 내년 상반기까지 전수조사를 마칠 계획이다.
노조는 “이미 사유화된 ‘무늬만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려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원장 한 명이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을 휘두르는 어린이집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한다”고 주장했다. 복지서비스 분야를 공영화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서비스원’에 보육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서울시는 보육 부문을 뺀 채 사회서비스원 설립 계획을 내놨다. 이현림 보육지부장은 “자율로 포장된 독단적인 원장 단체에 보육을 통째로 넘기지 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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