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해 18일 내놓은 감사대책은 두 방향이다. 유치원 감사는 모두 ‘실명 공개’한다는 것이고, 특정감사 위주였던 유치원 감사를 앞으로는 3~5년 주기로 종합감사하는 ‘상시감사 체제’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대책회의 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치원 비리를 근절할 책임성 있는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교육부는 다음달 1일 유치원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가 개통되기 전인 25일까지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이 공개된 감사정보를 활용해 자녀를 보낼 유치원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유치원 명단을 공개해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터라 ‘뒷북’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설세훈 교육정책복지국장은 “설립자나 원장 이름은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는데, 문제를 일으킨 이들이 유치원 ‘간판’만 바꿔 다시 문을 여는 경우도 많다.
상시감사에 대해선 교육청이 감사의 기본틀을 만들어 시·도별 편차를 줄이기로 했다. 학교 감사처럼 유치원 감사도 3~5년 주기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감사가 내실있게 진행될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누리과정 지원이 시작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감사를 받은 유치원은 전체의 23%인 2100곳에 불과하다.
가장 큰 이유는 ‘인력 부족’이다. 경기도의 경우 교육청 감사인력은 20여명뿐인데 유치원은 2258곳이나 된다. 학부모들은 ‘전수조사’를 요구하지만 교육부가 이번 대책에 그런 약속을 담지 못한 것도 이런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감사 인력이 부족하고, 유치원 감사의 경우 특수성을 고려해야 해 특정감사 때도 별도 교육을 받고 나가야 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비리 신고가 들어온 곳과 원아 200명 이상인 유치원, 학부모로부터 월 50만원 이상 부담금을 받는 유치원 등을 내년 상반기까지 우선 감사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유치원 알리미에 공개된 학부모 부담금이 실제 내는 돈과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우선 감사 대상인 유치원이 전국에 몇 곳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교육부는 19일부터 유치원 비리 신고센터를 운영한다고 했는데, 학부모들의 신고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또 사립유치원들이 ‘처음학교로’에 참여해 신뢰를 회복하라고 주문했다. 지난달 교육부 사전조사에서 전국 사립유치원 4090곳 중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100여곳에 그쳤다. 교육부는 이 시스템 참여를 유치원 재정지원과 연계해 학급운영비 같은 국고보조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긴급 대책을 발표하긴 했지만, 그동안 비리가 사라지지 않은 것은 사립유치원들과 교육계·정치권의 ‘유착’ 탓이 컸다. 설 국장은 “(유착 의혹이 있는 인력은 감사에서) 배제하겠다”고 했으나, 유치원 관리·감독이 얼마나 철저하게 이뤄질지에 대해 의구심이 적지 않다.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아예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 정부가 감시하고, 비리가 있으면 환수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한다. 교육부가 다음주 발표할 종합대책에 유아교육 공공성을 강화할 해법이 담기지 않는 한 학부모들의 분노가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희유치원’에 뿔났다…비대위 꾸리고 집회 나서는 동탄 학부모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유치원비로 고가의 가방과 성인용품을 사는 등 7억원을 원장이 멋대로 쓴 사실이 알려진 환희유치원 사건이 학부모들의 거센 분노를 불렀다. 성난 학부모들은 ‘동탄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집회에 나서기로 했다.
동탄 학부모들은 18일 “동탄의 엄마, 아빠들은 심각성을 깊이 통감하고,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과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위해 15일 비대위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21일 오후 연두색 옷을 입고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 앞에서 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화, 공교육 확대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도 도입할 것, 사립유치원의 불편하고 불편하고 비상식적인 입학설명회와 추첨제 대신에 교육부의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를 이용하게 할 것, 국가가 적극적으로 교육기관의 비상식적 행태를 감시하고 적발된 유치원을 강력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일가족이 총출동해 ‘추첨’ 줄을 서야 하는 현실, 아이를 보내고 돈을 내면서도 유치원에서 어떻게 비용을 쓰는지 몰라 답답했던 것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터져나온 셈이다.
부모들은 근본적으로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높일 방안을 정부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단설유치원을 하루 빨리 신설해 불안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안심하고 유치원에 다닐 수 있기를 바란다”며 “국공립유치원을 확충해 국가 기관의 관리를 받는 투명하고 안전한 유치원에서 교육받고자 한다”고 밝혔다.
비리 유치원·어린이집 명단 공개를 요구해온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도 20일 오전 서울 시청역 부근에서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를 연다. 이들 역시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 도입할 것과 국공립 단설유치원 확충을 요구할 예정이다.
유치원으로 재산증식도 하는데 명품 구입 쯤이야···한유총은 소송전 돌입
사립유치원들은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등을 통해 단체행동을 하면서 에듀파인 적용을 거부해왔다. 또 다음달 1일 개통되는 ‘처음학교로’ 시스템에도 상당수 사립유치원들이 참여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정부는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현재의 25% 수준에서 40% 정도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사립유치원들은 국공립 확대에도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국공립유치원을 늘리는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을 내놓자 한유총이 나서서 공청회를 몇 차례 무산시켰고 ‘집단 휴업’을 하겠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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