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부모의 ‘엇나간 자식 챙기기’가 또 드러났다. 아버지가 교수로 재직중인 국립대에 편입한 아들이 아버지의 수업에서 모두 A+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18일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국립대학인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인 아버지의 학과에 아들이 편입해 아버지 강의를 들어 최고학점을 받았다”며 “대학판 ‘숙명여고 사건’”이라고 밝혔다. 서울대가 2011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하면서 현재 서울에 있는 종합 국립대는 서울과기대가 유일하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ㄱ교수의 아들 ㄴ씨는 2014년 서울과기대에 편입, 2015년까지 매 학기 두 과목씩 아버지의 강의를 들었다. 총 8과목이다. ㄱ교수는 아들 ㄴ씨에게 모든 과목에서 A+를 부여했다. ㄴ씨는 다른 교수의 수업에서 낮은 성적을 받자, 아버지 수업을 재수강해 A+를 받기도 했다. 아버지가 가르치지 않는 과목 중에서 ㄴ씨가 A+를 받은 것은 일본어, 스키와 스노우보드 등 주로 교양과목이다. ㄱ교수는 아들이 편입하기 전까지는 학기마다 평균 3과목 이하를 강의했다. 아들이 편입한 후 ㄱ교수의 강의는 5~6개로 늘었고, 아들이 졸업한 이후에는 다시 1~2과목으로 줄었다.
ㄴ씨가 편입하는 과정에서도 ㄱ교수는 ‘자녀 등 친인척에 대해 신고하라’는 입학관리처의 안내를 따르지 않았다. 편입 전 학교에서 다른 전공을 했던 ㄴ씨는 면접 때 세 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평균 96점을 받아 공동 2등을 했고, 최종 4순위로 합격했다. 김 의원은 “ㄱ교수와 해당 학과는 이 사실을 숨겼고, 교육부 종합감사와 2015년, 2017년 국회 국정감사 요구자료에서도 누락시켰다”고 밝혔다.
또 서울과기대의 한 직원은 세 자녀 모두가 이 학교나 산학협력단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직원은 학과 회계를 담당하다 2015년 명예퇴직했고, 이후 이 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센터에 비공개로 재취업했다. 세 자녀는 각각 일반연구원, 행정원, 일용직으로 채용됐다. 최근 5년간 이 학교에서 일하는 친인척 근무자는 50명이다. 이중 학생을 제외한 26명이 교원 등으로 재직하고 있다.
대학 측은 김 의원에게 자료를 제출한 뒤인 지난 4일 ㄱ교수와 관련된 사실을 알게 됐고 다음날 특별감사반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감사반은 ㄴ씨의 편입학 과정, ㄱ교수가 ㄴ씨에게 성적을 준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직원 자녀들이 어떻게 채용됐는지도 조사 중이다. 감사반은 “위법성이 발견된다면 당연히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행정감사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면 사법기관에 수사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측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서울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 사건이 불거진 뒤 교사가 자녀와 한 학교에 다니는 것을 막기 위한 ‘상피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과기대 사건은 ‘대학판 숙명여고 사건’으로 불리며 큰 파장을 낳고 있다. 김 의원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킬 수 있도록 중·고교 교사와 자녀의 상피제에 버금가는 제도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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