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청년단체가 올해도 공기업이 운영하는 사회공헌재단으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탈북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하는 ‘민주주의 교육’ 사업을 수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체는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국회 입성 이전 대표로 재직했던 곳이다.
29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비영리 민간단체 ‘청년이여는미래’는 지난 3월 GKL에서 운영하는 사회공헌재단의 2017년도 공모사업에 선정돼 25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이 공모사업에는 350여곳의 단체가 지원했고 39곳이 사업비 지원 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
‘청년이여는미래’는 2010년 ‘미래를 위한 청년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단체다. 신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7번으로 공천되기 전까지 이 단체의 대표직을 맡았다. 이 단체는 그간 진보 성향인 김승환 전북교육감 규탄 집회, 노동개혁 입법 촉구 시위, 민주노총 파업 철회 촉구 기자회견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박근혜 정부가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의 청년이여는미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청년이여는미래는 올해 ‘민주주의 보드게임 교실’이라는 사업으로 GKL사회공헌재단으로부터 사업비를 받았다. 사업계획신청서에 따르면 이 사업은 다문화·탈북 청소년 등 낯선 언어 부담으로 교과에 대한 이해가 추상적이거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보드게임을 통해 사회 운영 원리를 이해하고 시민 의식 형성을 돕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단체는 교재 보완 및 교사 연수 계획, 탈북청소년과 일선 학교 등에서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보수단체 ‘시대정신’에서 활동한 송근존 변호사, ‘뉴라이트 교과서’라는 비판을 받았던 교학사 역사교과서 보급에 앞장섰던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 등이 교사 연수 강사로 이름이 올라 있다.
앞서 GKL은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지시에 따라 사회공헌재단 예산으로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던 영재센터를 부당하게 지원했다가 지난 6월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일도 있다. 노웅래 의원은 “지난 정부가 탄핵 사태 이후까지도 공기업 등을 동원해 관제단체들을 지원해온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GKL사회공헌재단 측은 “정상적 심사과정을 거쳐 공모사업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GKL사회공헌재단 관계자는 “서류심사와 역량평가, 외부 심의위원회의 평가 등 정상적인 선정 과정을 거쳐 사업기관을 선정했다”며 “사업이 시작될 때 수업을 일부 참관했지만 정치적 편향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단체에 신 의원이 대표로 재직했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게 됐고 단체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사실도 그동안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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