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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입학전형료 반환 ‘생색내기’

ㆍ2017학년도 1592억 걷어 77억만 응시생들에 돌려줘
ㆍ오영훈 의원 자료…교육부 규정 제대로 이행 안돼

[단독]대학들, 입학전형료 반환 ‘생색내기’


수험생과 학부모 부담을 덜기 위해 교육부가 쓰고 남은 대학 입학전형료를 돌려줘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지만 3년째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5~2017학년도 대학 입학전형료 수지 및 반환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7학년도에 입학전형료를 걷은 전국 국공립·사립대 202개교는 모두 1592억4600만원을 벌어들여 이 중 77억3400만원(4.9%)을 응시생들에게 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학생과 학부모의 대학 입학전형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13년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형료를 과·오납한 경우’, ‘천재지변이나 질병·사고 등으로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경우’,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입학전형에 응시했으나 최종 단계 이전에 불합격한 경우’ 입학전형료를 돌려주도록 했다. 또 대학이 입학전형을 진행하며 전형료를 모두 집행한 뒤 수입·지출을 비교해 잔액이 남으면 응시자가 납부한 입학전형료에 비례해 이를 반환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사유별 반환액은 전형을 치르지 못한 응시생들에게 당연히 돌려줘야 할 금액인데다, 특정 사유에 해당해야만 반환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입학전형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집행 잔액을 많이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대학들이 반환한 금액 중 대부분이 과오납·미응시·중도 불합격 등으로 인한 ‘사유별 반환액’이었다. 전형료를 쓰고 남아 돌려준 집행 잔액은 2억4900만원으로 전체 입학전형료 수입 중 0.16%에 불과했다. 반환액도 적었지만 집행 잔액을 반환한 대학도 극히 드물었다. 집행 잔액을 반환한 대학은 수시모집에서 10개교, 정시모집에서 7개교, 추가모집에서 7개교뿐이었다.

입학전형료 반환 규정이 실시된 첫해인 2015학년도에는 그나마 10억원 넘는 집행 잔액이 응시생들에게 반환됐지만 2016학년도는 2017학년도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2015학년도에는 200개교가 입학전형료로 1559억3800만원을 거둬들여 76억9500만원(4.9%)을 반환했다. 이 중 10억8400만원이 집행 잔액이었다. 2016학년도에는 202개교가 1582억700만원을 거둬들여 72억7900만원(4.6%)을 반환했고, 집행 잔액은 2억25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대학들이 쓰고 남은 입학전형료를 반환하지 않은 이유는 서류상으로는 쓰고 남은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대학들의 입학전형 관련 지출 후 잔액은 2015년 26억원, 2016년 34억원, 2017년 32억원에 그쳐 징수한 전형료를 대부분 소진했다. 심지어 입학전형료를 많이 걷는 일부 대학에서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지출 잔액이 마이너스로 기록되기도 한다. 

지출 내역은 여전히 ‘깜깜이’다. 교육부는 2013년 입학전형료 반환 규정을 도입하면서 지출 항목을 12개로 규정해 대학들이 이에 맞춰 전형료를 지출하도록 했다. 2017학년도 입학전형료 지출 내역을 보면 전체 지출액 중 수당(33.7%)이 가장 많았고 홍보비(17.5%), 위탁수수료(14.2%)순으로 나타났다. 항목이 세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대학들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투명하지 않은 셈이다.

오영훈 의원은 “교육부가 입학전형료 부담 완화를 위해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반환 규정 이외에 전형료 삭감 등 실질적인 대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국공립대부터 전형료를 인하하고 표준화한 뒤 사립대들이 이를 준용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