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3년 마련한 ‘만성 과로’의 기준을 넘겨서 일하다 뇌졸중·심장마비 등으로 쓰러져도, 여전히 노동자 3명 중 1명은 과로 혹은 과로사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환경노동위원회)이 산재보험 심사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발병 전 3개월간 주 평균 60시간’을 일하다 뇌심혈관계 질환을 얻어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들의 산재 승인율은 2015년 67.1%(356명 중 245명 승인)에서 66.6%(299명 중 199명 승인)로 0.5%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13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과로 질병과 과로사의 산재 인정 기준을 마련했다. 발병 전 3개월(12주) 동안의 업무시간이 주 평균 60시간(4주간 주 평균 64시간)을 넘기면 질병과 업무 사이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그동안 장시간 노동이 유발하는 뇌졸중, 심장마비 등 뇌심혈관계 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할 기준이 없어 과로사의 산재 승인율이 낮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이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뇌심혈관계 질환을 얻어 산재 신청을 한 사람 가운데 노동부의 ‘발병 전 3개월 주 평균 60시간’ 기준을 충족해 산재 인정을 받은 비율은 2013년 38.5%(182명 중 70명)에서 2015년 67.1%(356명 중 245명)까지 올랐으나, 지난해 다시 66.6%(299명 중 199명)으로 떨어졌다. 노동자 3명 중 1명은 정부가 마련한 과로 노동시간을 초과해 일하다 쓰러져도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또 ‘60시간 기준’을 채우지 못한 뇌심혈관계 질환의 산재 승인율은 2013년 16.3%에서 2016년 13.5%로 2.8%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선에 ‘턱걸이’로 미달하는 ‘50시간 이상 60시간 미만’ 구간의 산재 승인율은 지난 4년간 줄곧 20%대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주 60시간을 채우지 못해도 야간근무, 교대제 근무에 따른 과로와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라며 “근로복지공단이 획일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다 보니 이에 미달하는 노동자들은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로 질환의 산재 승인율이 낮은 이유로는 ‘서류에만 의존하는 심사’가 꼽혔다. 근로복지공단이 뇌심혈관계 산재 신청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인 비율은 2015년 46.7%에서 지난해 46.2%로 0.5%포인트 떨어졌다.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현장조사율(지난해 83.8%)보다 절반 가량 낮다.
이 의원은 “과로사의 절대다수를 이루는 뇌심혈관계 질환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의 양, 강도, 책임, 업무환경 변화로 발병 전 단기간 동안 업무 부담이 늘었는지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수적”이라며 “한국이 ‘과로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과로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뇌심혈관계 질병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직원들이 사측이 제공하는 서류에 의존하는 관행을 지양하고, 철저한 현장조사로 정확한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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