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청년실업 해결책이라며 역점을 뒀던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이 수백억대의 지원금을 들였는데도 실제 고용효과는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한 청년들도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환경노동위원회)이 공개한 고용노동부의 ‘2016년 고용디딤돌 사업 기업별 세부 지원내역’ 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디딤돌에 참여한 청년은 총 7692명이었다.
이들 중 6984명이 주요 대기업·공공기관 33곳에서 1~3개월 정도 직업훈련을 마쳤고, 5045명(72.2%)이 해당기관이 알선한 협력업체나 관련 중소기업에서 2~6개월가량 인턴으로 일했다. 인턴을 마친 뒤 정규직으로 채용돼 올해 8월 말까지 ‘고용유지’ 상태로 집계된 인원은 2953명(38.4%)에 불과했다. 청년 구직자 10명 중 6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디딤돌 프로그램은 대기업·공공기관이 정부와 협력해 취업을 원하는 구직 청년에게 교육훈련 및 협력사를 포함한 우수 중소기업에서의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방침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7월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디딤돌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당시 SK, 한국전력, 삼성,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공공기관이 줄지어 디딤돌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와 대기업·공공기관이 합세한 일자리 사업이었지만 내용과 실적은 부진했다. 지난 한 해 가장 많은 2877명을 상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SK의 고용유지비율은 39.1%에 그친다. 현대중공업은 청년 668명에게 용접, 도장 등 6개 분야의 교육을 했고 이 가운데 91.3%(575명)가 협력업체에 채용됐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34.4%(230명)만이 고용유지 상태다. 현대자동차엔 668명이 지원했는데 48.6%인 315명만이 150곳의 1차 부품업체들로 뿔뿔이 흩어져 채용됐다. KT의 고용유지율은 42.2%다. KT를 통해 자회사 KTS 등에 채용된 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월 160만원 정도를 받으며 빈번한 산업재해로 악명 높은 인터넷 수리기사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고용유지율도 낮고, 프로그램으로 일자리를 얻은 청년들도 결국에는 저임금, 위험한 일자리로 내몰린 셈이다.
반면 기업들이 단기 훈련과 채용 알선의 대가로 받은 정부 지원금은 273억원에 달한다. 홍보비·강사인건비 등으로 구성된 운영비, 교육시설·장비비, 훈련비 명목으로 기업들에 1년간 지급된 돈은 총 143억원이다. 협력업체들엔 약 130억원의 인턴지원금과 정규직전환 지원금이 주어졌다.
공공기관들의 디딤돌 실적은 더 낮다. 62명이 신청한 산업안전보건공단과 59명이 신청한 한국수력원자력의 고용유지 인원은 단 1명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농어촌공사는 각각 50명과 56명이 신청했는데 고용유지 인원은 0명이었다. 한 의원은 “다만 이들 공기업은 정부로부터 운영비나 시설·장비비를 거의 받지 않았다”라며 “공공기관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어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이런 실상과 달리 박근혜 정부는 고용디딤돌을 청년 실업률 완화와 고용절벽 해소를 위한 일자리 대책으로 포장해 홍보했다”라며 “박근혜식 노동개혁을 위한 명분으로 청년실업 해결책으로 내밀었던 디딤돌 프로그램의 실상은 저임금 허드렛 일자리에 청년들을 가두는 정책이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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