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4월부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해직교사 9명을 노조원으로 뒀다며 시정명령을 했다. 전교조가 받아들이지 않자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0월 노동부와 교육부는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전교조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조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법외노조화’다. 전교조는 노동부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전교조의 패소였다. 전교조는 상고했고, 그로부터 1년6개월이 지났지만 진행된 것은 없다.
서울 상도중학교에서 역사 과목을 가르치다 2015년 3월부터 전교조 전임자로 일하는 이민숙씨(49)는 25일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5월 말 교육당국으로부터 ‘인사발령통지서’를 받았다. 내용은 ‘국가공무원법 70조 1항 4호에 의해 직을 면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해고 통지서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교조가 법으로 인정하는 노조가 아닌 이상 전임자 휴직의 사유가 없어졌는데 학교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노조 전임자로 일하면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전임 기간동안 휴직처리가 된다. 이씨와 같은 이유로 해고당한 교사는 34명이다.
해고 시점은 지난해 1월21일자였다. 이날은 전교조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라”며 낸 소송의 2심 판결이 있던 날이었다. 서울고법은 원고 패소 판결과 동시에 전교조가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을 최종 기각해 전교조는 2014년 9월부터 한시적으로 유지되던 ‘법내노조’ 지위도 상실했다. 이에 교육부는 전교조 전임자들에게 복귀를 명령하는 후속조치를 단행했다. 이씨 등은 복귀를 거부했고, 결국 해고까지 이어졌다.
이씨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솔직히 기대했다.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는 것이 엄청나게 진보적인 정책이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진행된 일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사실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 하의 인권위원회조차 법외노조 통보는 위헌적이라는 권고했었다. 새로운 정부는 분명히 노동을 존중하겠다고 했으니 국정교과서 철회나 세월호 기간제교사 순직 인정처럼 전교조 탄압에 대해서도 복원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교조는 법내노조가 되고, 국정교과서가 철회된 만큼 학교로 돌아가서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고 싶은 소망이 많았는데… 촛불집회에 나가 촛불을 켜면서 촛불의 명령으로 세상이 좋아진다면 노조로 해직되는 경우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많이 아쉽다.”
문재인 정부가 일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19일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29·87·98·105호 비준을 추진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87호·98호에 전교조는 주목하고 있다.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인 87호는 누구나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정부에 의한 노조 해산이나 활동 중지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 협약인 98호는 노조 활동에 따른 차별 금지, 자발적인 단체 교섭 보장 등이 주요 내용이다.
같은 날 일부 교육청은 전교조 법내노조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지난 19일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좀더 시간을 두고 깊이 있는 연구하겠다”며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총리는 지난 25일 전교조와의 간담회에서도 노동부 장관이 취임하면 노력을 할 것이고, 여건을 조성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두번째는 대법원이 1·2심과 같이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정당하다”며 원심을 확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전교조는 정부나 국회를 향해 노조법 시행령·교원노조법 개정 등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을 국정과제로 정한 정부도 대법원의 결론 이후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여론의 추이 등을 보며 시행령 개정 등에 나설 시점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 경우의 수는 대법원이 전교조 패소로 원심을 확정하고, 전교조 문제에 정부가 나서지 않는 것이다. 보수세력이 덧씌운 전교조의 ‘과격 진보단체’ 이미지는 새 정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전교조 조합원 수가 답보 상태에 있음을 들면서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도 있다. 1989년 출범한 전교조는 2003년 조합원 숫자가 9만3000명까지 늘었지만 최근 전체 교사들의 수가 줄어들며 조합원은 5만3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전교조 법내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의 수도 있다. ‘노조법상 노조 아님’이라는 처분을 한 것이 행정부이기 때문에 행정부는 법원 판단 없이도 취소할 수 있다. 이 경우 대법원은 사건을 각하하고, 사건이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에도 전국 법원에 제기된 관련 소송은 36건은 일거에 처리된다.
해고당한 이씨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저는 역사 선생이기도 하지만 중학교라 일반사회도 가르친다. 사회 교과서에서는 노조 한다고 탄압받고 해고돼서는 안 되는 것이 헌법 가치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실제로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정부라면 최소한 헌법의 가치를 당당히 가르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부분은 해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로 돌아가면 헌법 가치, 노동이 존중 받는 내용을 자랑스럽게 당당하게 가르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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