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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교육자문기구, 10년 만에 부활한 이유는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입력2017-08-21 09:52:00





1985년 6월 교육개혁심의회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학입시제도 관련 공청회를 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85년 6월 교육개혁심의회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학입시제도 관련 공청회를 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 직속 교육정책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가 내달 출범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지난 17일 ‘국가교육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대통령 직속 교육정책 자문기구는 사실상 노무현 정부 시절 ‘교육혁신위원회’가 마지막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있었지만 교육정책 자문 역할은 하지 않았다.

1992년 12월 노태우 대통령이 교육정책자문회의로부터 ‘21세기 한국교육의 선택’ 등 정책 건의에 대한 최종 보고를 받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2년 12월 노태우 대통령이 교육정책자문회의로부터 ‘21세기 한국교육의 선택’ 등 정책 건의에 대한 최종 보고를 받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수능 고안부터 사라지기까지

대통령 직속 교육정책 자문기구의 모태는 1985년 설치된 전두환 정부의 ‘교육개혁심의회’다. 교육개혁심의회는 교육 정책·제도와 관련해 종합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고, 대통령의 자문에 응할 목적으로 1987년까지 3년간 운영됐다. 학계·교육계·사회계·경제계·언론계 등 사회 각계를 대표하는 심의회 위원 32명과 대학교수·연구기관 연구원·초중등 교원으로 구성된 전문위원 20명, 교육부 파견 공무원 등으로 구성됐다. 교육제도·초중등교육·고등교육·교육발전 등 4개 분과위원회를 뒀다. 교육개혁심의회는 1986년 학력고사를 대체할 ‘대학입학적성시험’을 제안했다. 과목별 틀을 넘어 ‘범교과적’으로 학업 적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7차례 실험평가를 거쳐 1991년 교육부가 대입 시험 개선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때 시험의 이름은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뀌었다.

노태우 정부는 ‘교육정책자문회의’라는 이름의 기구를 만들었다. 1989년 설치된 교육정책자문회의는 1993년 2월까지 4년간 운영됐다. 교육정책자문회의 각계 원로 12~20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 대학교수·연구원 5명으로 구성된 ‘전문위원’, 교육부 차관이 담당한 간사, 교육부 파견 행정요원 9명으로 구성됐다. 교육정책자문회의가 연구 심의 건의한 주요 정책은 독학사 등 독학으로 학위를 인정받는 방안, 교육전담방송 등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교육개혁위원회’라는 자문기구를 1994년 2월 발족했다. 교육개혁위원회는 1998년 2월까지 운영됐다. 위원장을 포함해 25~40여명의 위원이 위촉됐다. 교육개혁위원회는 이전 정부의 단순 자문·심의기구 역할을 넘어 실질적인 정책결정 기구 역할을 했다. 다만 교육개혁위원회가 추진한 1995학년도부터 대학 본고사 폐지·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 등은 대학과 여론에 가로막혀 실현되지는 못했다.

1998년 7월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처음 열린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덕중 위원장(가운데)이 참석자들에게 운영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8년 7월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처음 열린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덕중 위원장(가운데)이 참석자들에게 운영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대중 정부는 ‘새교육공동체위원회’를 1998년 7월 설치했다. 새교육공동체위원회는 학교에서 실제 교육업무를 맡고 있는 교원과 학계 인사·학부모·시민단체 등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36명의 민간 위촉위원와 4명의 정부 당연직 위원 등 모두 40명으로 구성됐다. 약 2년 동안 운영된 새교육공동체위원회는 새로운 교육개혁안을 수립하기보다 교육현장에 전문적인 조언과 지원, 민관협력체제 구축, 사회 각계각층의 교육개혁 참여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새교육공동체위원회는 2000년 9월 해체된 뒤 새로 세워진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에 업무를 이관했다.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에는 이부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과 임태룡 한국교원노동조합 위원장 등 교원노조 인사들이 최초로 정부 공식 기구의 위원으로 선임되는 기록을 남겼다.

노무현 정부는 ‘교육혁신위원회’를 2003년 7월 뒀다. 교육혁신위원회는 민간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각 위원들의 임기는 2년이었다. 운영·학교교육·고등교육인적자원·직업교육·교육분권자치·특별전문 등 위원회 등 6개로 운영됐다. 2005년 2기 위원회에 이어 2007년 3기 위원회까지 출범했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위원회가 폐지됐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합쳐 교육과학기술부로 만들며 기존에 있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교육 기능을 추가했다. 이름은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였다. 2008년 10월 과학기술정책은 물론 교육 및 인재정책에 대한 자문도 수행할 수 있도록 확대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교육 관련 정책은 내놓지 않아 교육정책 자문기구 기능은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3월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법’을 개정해 다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로 만들었다. 이로써 교육 관련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의 명맥은 끊겼다.

2004년 7월 전성은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이 경남 거창군교육청 회의실에서 관내 초등학교 교장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교육혁신의 방향과 과제’란 주제의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4년 7월 전성은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이 경남 거창군교육청 회의실에서 관내 초등학교 교장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교육혁신의 방향과 과제’란 주제의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과거 답습하지 않을까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직속 교육정책 자문기구를 두지 않았다. 대신 누리 과정·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 교육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며 각종 논란을 일으켰다.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교육정책도 파기하거나 퇴보시켰다. 초등학교 방과후학교와 고등학교 전면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학교당 학부모가 부담하는 방과후학교 평균 수입액은 3년 만에 4000만원가량 올랐고 저소등층의 고등학교 학비 지원 예산도 470억원가량 감소했다.

교육정책에서 여론 수렴과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적으로 자문기구를 두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가 일깨워 준 셈이다. 그러나 이전 교육정책 자문기구가 모두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까이 노무현 정부의 교육혁신위원회는 교육부와의 알력 다툼으로 존재감도 없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육혁신위원회가 정책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교육부가 풍부한 인력·정보를 통해 새로운 안을 만드는 형국이었다. 결국 교육부 안이 채택되고, 교육혁신위원회는 유명무실해지는 식이었다.

2015년 10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5년 10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번에 부활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이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부 장관을 사실상 부의장으로 하는 등 구성을 달리 했다. 교육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장관과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도 당연직 위원으로 뒀다. 국가교육회의의 결정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고교학점제와 특목고·자사고 폐지 등 고등학교 체제 개편 등 현안을 국가교육회의가 결정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교육회의가 안착하면 현안보다 중장기적 개혁이 필요한 교육 정책을 연구·논의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별도로 만든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정부가 바뀌면 사라지고 새로 설치하는 관례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통령령이 아닌 헌법이나 법률에 근거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독립적인 기구로 유지돼야 교육정책도 전문화되고, 일관돼 교육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독립적인 교육정책 논의 기구 설치는 교육계의 숙원이기도 하다. 교육계의 숙원이 이뤄질지는 결국 내달 출범할 국가교육회의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는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러나 국가교육회의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교학점제와 특목고·자사고 폐지 등은 찬반이 첨예하게 나뉘는 문제이고, 교육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요구되는 부분이라 장관 등 당연직 위원보다 결국 3분의 2정도 되는 민간위원들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 입장에서 결정하기 어렵고 논란이 되는 사안들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길 것으로 보인다”며 “진보나 보수 등 다양한 성향과 입장의 민간위원들로 구성될텐데 과연 합의가 잘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보통합 문제 등 부처간 조율이 필요한 문제는 어느 정도 잘 다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조율하는지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김은경 환경부 장관(오른쪽)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김은경 환경부 장관(오른쪽)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