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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2번 시험에 손배소까지...24년간의 '수능 변천사'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수정2017-08-14 12:34:30
 

1994년 11월 23일 서울 경기상고에서 199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낸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1994학년도, 그러니까 1993년에 처음 치러졌다. 올해 치러지는 2018학년도 수능으로 24살이 된다. 그동안 수능은 크게는 10번, 세부적으로는 20여차례나 바뀌었다. 거의 매년 바뀐 셈이다.

수능이 또 한 차례 큰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지금의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볼 2021학년도 수능의 개편시안을 두 가지 내놨다. 하나는 현재 한국사·영어뿐인 절대평가 과목에 ‘통합사회·통합과학’과 ‘제2외국어·한문’을 포함시켜 4과목으로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어와 수학을 포함한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하는 안이다. 교육부는 공청회를 거친 뒤 두 개편안 중 하나를 오는 31일 확정해서 발표한다.

수능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다.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대입 전형’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고등학교 교육을 문제풀이·줄세우기식 교육으로 전락시킨 주범’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린다. 과거 대입 전형 대부분이 수능 성적 중심의 정시로 이뤄졌던 시절에는 인생의 성패를 결정하는 ‘인생시험’으로 불리기도 했다. 수능 성적이 낮으면 대입에 실패하고, 이는 인생 실패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이런 중암갑 때문에 수능 시험일 전후나 성적 발표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수험생이 끊이지 않았다.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1945년 해방 직후 대입 전형은 ‘대학별 단독시험제’였다. 몇 명을 어떻게 뽑을지, 시험과목과 시험 시기 등 모든 것을 대학의 자율에 맡겼다. 그러다 부정입학같은 문제가 생겼고, 1954학년도부터 국가 차원에서 관여하는 ‘국가시험’ 형태로 바뀌었다. 국가시험의 형태와 이름은 ‘대학입학국가연합고사(1954~1961학년도)’, ‘대학입학자격국가고사(1962~1963학년도)’, ‘대학입학예비고사(1969~1981학년도)’, ‘대학입학학력고사(1982~1993학년도)’로 여러차례 바뀌었다.

1984년 대학입학학력고사 전날 예비소집에 참석한 수험생들이 줄을 서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82학년도 처음 치러진 학력고사는 총 285문항이 나왔고, 필기시험 320점에 체력장(체력검사) 20점을 더해 340점 만점이었다. 1983학년도까지는 4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만 있었고, 1988학년도부터 주관식 문제도 출제됐다. 과목 수는 1983학년도 13개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 1986학년도에는 인문계열이 17개, 자연계열은 16개나 됐다. 1987학년도에 9개로 줄었다.

학력고사는 본고사 폐지, 고교내신 성적 강화, 과외 전면 금지 등을 뼈대로 한 1980년 ‘7·30 교육개혁’ 조치에 따른 것이었다. 대학별 본고사가 사라지자 대학들은 학생 선발권이 위축된다고 주장했다. 교육계는 학력고사 문제가 고등학교 교과목과 교과서 중심으로 출제되면서 학생들의 고차적인 능력을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1986년 대통령 직속 심의기구인 교육개혁심의회의는 학력고사를 대체할 ‘대학입학적성시험’을 제안했다. 과목별 틀을 넘어 ‘범교과적’으로 학업 적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7차례 실험평가를 거쳐 1991년 교육부는 대입 시험 개선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새 입시제도의 이름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었다. 수능을 도입하면서 교육당국은 “암기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고 사고력을 신장해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함과 동시에, 대학교육 적격자 선발 기능을 제고한다”는 목적을 내세웠다. 1993년 8월20일 수능이 처음 실시됐다.

■1년에 2번 시험 치른 1993년
수능이 첫 실시된 1993년에는 8월과 11월 두 차례 치러졌다. 대입 국가시험을 두 차례 치른 것은 1953년 이후 처음이었다. 둘 중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당장 부작용이 나타났다. 난이도가 비슷해야 하는데, 두 번째 시험이 훨씬 더 어렵게 출제됐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두 번 시험을 치르게 돼 부담만 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수능 2회 실시는 한 해만에 사라졌다.

1993년 6월 1차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원서 교부·접수를 위해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4학년도 수능은 190문항으로 200점 만점이었다. 시험은 언어, 수리·탐구(Ⅰ), 수리·탐구 영역(Ⅱ), 외국어(영어) 4개 영역이었다. 1995학년도 수능은 계열별 특성을 살리기 위해 인문·자연·예체능을 따로 출제했다. 1996학년도 수능은 외국어(영어) 영역에서 듣기 문항 수를 10개로 늘렸다. 1997학년도 수능은 총점을 200점에서 400점으로 늘렸다. 또 수리·탐구 영역(Ⅱ)에서 사회탐구 영역과 과학탐구 영역을 계열별로 문항 수와 배점을 다르게 했다. 1997학년도는 수능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험으로 기억된다. 그 이듬해 수능은 총 시험 시간을 400분으로 늘렸다.

■표준점수 도입

1999학년도에는 수리·탐구 영역(Ⅱ)에서 선택과목제가 도입됐다. 선택과목들 사이에서 난이도가 차이나는 것을 상쇄하기 위해 처음으로 표준점수제도가 도입됐다. 2000학년도에는 대학의 편의를 위해 변환표준점수의 백분위 점수가 추가로 제공됐다. 그 해 수능의 응시자는 86만8366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그 후로 응시자 수는 2008년까지 점차 줄었다. 수능 응시자 수는 2009~2011학년도에 늘어났다가 2012학년도 이후 다시 줄고 있다.

2001학년도부터는 제2외국어 영역이 추가됐다. 독일어, 프랑스어, 에스파냐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중 한 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2002학년도 수능은 수리·탐구영역(Ⅱ)을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으로 분리해 총 5개 영역이 됐다. 수능 성적표에서는 총점을 없애고 9등급제를 도입했다. 또 영역별 성적을 반영할지, 영역별 점수 가중치를 줄 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2013년 11월 26일 성태제 당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 중 오류 논란이 있는 세계지리 8번 문제 처리에 대한 질문을 듣고 있다.


2003학년도 시험을 앞두고 2002년 9월 처음으로 수능 모의평가가 실시됐다. 2001~2002학년도 수능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물수능’으로 불린 2001학년도 시험에선 만점자가 66명이나 나왔고, 전년보다 평균점수가 100점 만점 기준으로 16.4점 올랐다. 반면 2002학년도 시험은 ‘불수능’이었다. 전년에 비해 평균점수가 23.3점이나 떨어졌다.

2003학년도 수능 때에는 수험생에게 원점수만 소수점까지 표기해 통보했다. 대학에는 수험생의 원점수와 표준점수, 백분위점수 등을 모두 반올림해 제공했다. 그러나 반올림으로 인해 점수 역전 현상이 발생했고, 소송으로 번졌다. 결국 2004학년도부터는 소수점 배점이 모두 폐지돼 정수만으로 배점했다.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에서는 한 문제에 정답이 두 개인 ‘복수 정답’ 사태가 처음 벌어졌으며 출제자 명단까지 사전에 유출돼 논란을 불렀다.

■선택과목 활성화

2005학년도 수능부터는 수험생이 제2외국어뿐 아니라 언어, 수리, 외국어, 사회·과학·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 등 다른 영역에서도 시험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수리 영역은 ‘가’형과 ‘나’형으로 나눠 선택하도록 했다. 수험생들이 스스로 적성과 소질을 고려할 수 있게 하고, 시험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모든 과목을 선택했다. 2005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 57만4218명 중 86.2%(49만4708명)이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 탐구의 4개 영역 모두에서 시험을 치렀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최대 과목 수인 4과목에 응시한 수험생이 85.7%, 84.4%였다. 대입 전형에서 수능의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었다. 수능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모두 확보하는 것이 유리해서다.

지난해 11월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통령 퇴진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08학년도에는 일종의 절대평가가 도입됐다. 1~2점 차이로 학생들을 비교하고 경쟁으로 몰아가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표준점수와 백분위 없이 등급만 제공했다. 그러나 1~2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지는데다 등급만으로 학생들을 변별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됐고, 등급제는 1년 만에 폐지됐다. 등급제를 없애고 성적표에 표준점수·백분위·등급을 같이 표기한 2009학년도부터는 사회탐구 영역에 근현대사 내용을 포함시켰다. 2011학년도부터는 출제 문항 수의 70%를 연계하도록 했다.

■수준별 시험

2014학년도 수능은 교과중심 출제를 강화하기 위해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을 국어, 수학, 영어 ‘과목’으로 바꿨다. 또 수능 사상 처음으로 국어, 수학, 영어에는 A(쉬운)·B(어려운)형 두 가지로 수준별 시험을 도입했다. 세계지리 문제에 오류가 있었는데도 인정하지 않고 구제절차를 지연해 정부가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수준별 시험은 오히려 혼란을 키웠고 이듬해 수준별 시험 과목에서 영어가 빠졌다. 2017학년도부터는 수준별 시험이 전면 폐기됐다. 2017학년도 수능에선 한국사가 필수로 지정됐고, 유일하게 절대평가로 치러졌다. 올해 실시될 2018학년도 수능에선 영어도 절대평가가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