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7만4000명은 올해 안에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까지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총 20만5000명이 정규직으로 바뀐다.
고용노동부는 25일 세종정부청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을 발표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7월 20일 정부가 발표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국 853개 공공기관 비정규직 고용실태를 조사한 뒤 정규직으로 바뀌는 인력 규모를 파악하고 시기를 정한 것이다.
조사 결과 지난 6월말 기준으로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사람은 총 217만명이었다. 그 중 비정규직은 41만6000명, 5명 중 1명 꼴이다. 기간제 직원이 24만6000명이고, 파견·용역이 17만명이다. 7월 가이드라인 발표 때에는 지난해 말 수치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당시보다 정규직은 21만7000명, 비정규직은 10만4000명이 늘어났다. 정규직은 국방부에서 군부대 인원을 새로 입력하면서 숫자가 늘었다.
비정규직은 조사 시기가 달라지면서 크게 증가했다. 보통 연말에 계약이 끝나는 기간제 노동자와, 방학 중에는 일거리가 없는 교육기관 종사자 등이 이번 조사에 반영된 것이다. 이전 조사에서 빠졌던 톨게이트 요금징수원, 한수원·한전의 발전정비·방사선관리 인력도 포함됐다. 비정규직의 3분의2는 공공기관·교육기관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간제의 경우 10명 중 4명이 교육기관에서 일한다. 파견·용역 직원의 61%는 공공기관 소속이다.
노동부 설명에 따르면 비정규직 41만6000명 중 육아휴직 대체 등 일시·간헐적으로 채용된 10만명은 전환대상이 아니다.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 31만6000명 중에 정년을 넘긴 사람이나 기간제 교사·강사, 산업 변화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사업부문에서 일하는 이들 등등을 빼고 20만5000명이 정규직이 된다. 이미 정년이 지났지만 정년을 조정해 연장할 수 있는 노동자들 3만명도 여기 포함됐다. 노동부는 “기관들이 전환 기준이 애매한 직종은 일단 보수적으로 입력한 것까지 감안해서 전환 예상치를 늘려 잡았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1단계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국공립 교육기관 등에서 일하는 7만4000명이 정규직으로 바뀐다. 기간제는 정규직전환심의위를, 파견·용역은 노·사·전문가협의기구를 만들어 전환 방법을 논의하도록 했다. 2단계, 3단계 전환을 위한 실태조사는 내년에 해서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문제는 재정부담이다. 노동부는 파견·용역에서 중간업체가 떼어가던 이윤과 일반관리비를 처우개선에 활용하면 추가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서울시나 국회 등에서 정규직 전환을 할 때 썼던 방식이기도 하다. 올해 1차 전환을 마친 뒤, 내년에 공공기관과 중앙행정기관에서 더 쓰이는 예산은 식대(13만원)나 복리후생비(복지포인트 40만원) 등 1226억원 정도다. 이성기 노동부 차관은 “이미 이 1226억원은 기재부 예산에 반영돼 있다”라며 “자치단체와 교육기관에는 내년도에 교부금이 5조원 정도가 늘어나므로 그중 일부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견·용역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청소·경비·시설관리 직종은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어도 기존 정규직 호봉제가 아닌 직종·직군별 임금체계를 적용받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동일가치노동에 동일임금을 준다는 취지를 반영하도록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적용할 것”이라며 “기관에 따라 직무급이나 호봉제를 적용하되 연차에 따른 상승률을 낮추는 등 여러 형태를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다음달 중으로 청소·경비 등 5개 직종에 대한 임금체계 표준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일부 비정규직은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된다. 직접 고용하지 않고 자회사를 만들어 흡수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간접고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동부는 “이 경우에도 용역업체처럼 이윤만 챙기는 게 아니라 전문성을 지닌 서비스제공기관으로 기능을 갖추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이와 관련한 연구 용역을 토대로 올해 중에 현장에 참고자료를 배포할 계획이지만, 자회사냐 직접고용이냐는 기관별 노사전문가위원회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인천공항 등 공공기관들의 주된 협의 파트너 역할을 해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성명을 내고 “파견·용역 노동자를 전환 대상에 포함하는 등 적용 기관과 대상을 크게 늘린 것은 지난 정부에 비해 진일보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환협의체를 사측이 일방적으로 구성한 기관들이 많았다면서 “지금이라도 가이드라인 실행 과정에서 현장의 문제들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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