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 3억원에 이르는 차량 배출가스 원격측정장비가 정작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차엔 쓸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창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운행차 배출가스 원격측정 현황’을 보면 현재 공단은 원격측정장비 8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내구연한 10년이 넘은 2대를 빼고 6대를 활용하고 있다.
운행 중인 차량의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강제로 정차하게 한 뒤 배출가스를 재거나, 비디오로 찍어서 조사원 3명이 육안으로 배출농도를 초과했는지 보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강제정차는 교통체증이나 사고를 부를 수 있어 민원이 많았다. 그래서 공단은 2004년부터 원격측정장비 도입을 추진했고,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8대를 사들였다. 이 장비는 적외선과 자외선으로 달리는 차량들이 뿜어내는 배출가스 농도를 파악한다. 길 맞은편에 거울을 놓고 배출가스를 향해 적외선과 자외선을 쏜 뒤, 거울에 반사된 광선들을 광학검출기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자동차를 멈추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게 강점이다.
장비는 광원검출기, 반사거울, 속도·가속도 측정기, 번호판 촬영카메라로 구성되는데 그중 핵심 장비가 광원검출기다. 공단이 갖고 있는 광원검출기들 중에 노후한 2대를 뺀 나머지 장비들 값은 2억2500만원~3억600만원이다. 6대를 합하면 17억90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작 값비싼 장비를 갖추고도 고농도 미세먼지의 주원인 중 하나인 경유차량 배출가스는 검사를 할 수가 없다. 적외선·자외선 검출로는 휘발유 차량과 가스(LPG) 차량의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들어있는 경유차의 매연을 측정하려면 가시광선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장비로는 측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초미세먼지(PM2.5)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배출원은 경유차다. 정부가 2005년 이전에 생산된 노후경유차의 77%를 2020년까지 조기 폐차하고 이 차량들의 운행제한지역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차를 폐지하고 버스는 압축천연가스(CNG)로 전환하며, 대형 화물경유차에는 정부가 지원해 저감장치를 달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만큼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핵심요인으로 본다는 얘기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처음 장비 도입을 검토할 당시에는 가시광선을 이용한 원격측정장비가 없었다”면서 “경유차를 측정하기 위해 올해 말에 가시광선 장비를 구입해 2019년부터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휘발유·가스차량 배출가스는 원격측정을 하고 있지만 개선명령이 내려지는 경우는 적다. 환경부는 2013년부터 해마다 최대 55만819대, 최소 48만4028때의 배출가스를 원격측정했다. 하루 2200대 꼴이다. 그런데 개선명령은 1년에 적게는 144대에서 최대 539대에만 내렸다.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의 법정 기준치를 2회 연속으로 초과했을 때에만 개선명령을 하기 때문이다. 1차례 적발됐을 때 권고문을 발송하는 조치도 올들어서야 시작했다. 개선명령을 받으면 차량 주인이 전문정비사업자를 통해 차량을 정비한 후 결과를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에 따르면 미국 콜로라도주와 버지니아주는 원격측정장비로 오염물질을 내뿜는 차량을 골라낼뿐 아니라 ‘클린 차량(저농도 차량)’도 선별해 정기검사를 대체해주는 식으로 활용한다. 신 의원은 “매년 50만대 이상의 원격측정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데도 극히 일부에만 행정처분을 내리는 등 소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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