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등을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이 12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대학들이 한국어 등 어학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아도 입학시키고, 등록금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 급급해 외국인 유학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외국인 유학생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기준 외국인 유학생은 12만3685명에 달했다.
12만여명 중 어학연수나 교환학생·방문학생 등을 제외하고, 학위를 받기 위해 유학 온 유학생은 6만9768명으로 7만명에 육박한다. 이 중 3분의 2가량인 4만3702명은 학부생이고, 3분의 1인 2만4009명은 석·박사 과정 중인 대학원생이었다.
■어학 안 되는 유학생들 많아
외국인이 국내 대학에 입학하려면 입학 후 1년간 한국어 수업을 250시간 이상 이수한다는 전제 아래, 한국어능력시험(TOPIK) 2급 이상이면 된다. TOPIK 2급은 일상생활에서 전화나 부탁 등을 할 수 있고, 우체국·은행 등의 공공시설을 이용할 정도의 어학 수준이다.
당초 TOPIK 3급이었지만, 2014년 박근혜 정부는 “한국어가 유학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2급으로 기준을 낮췄다. 졸업 전까지 TOPIK 4급만 따면 된다. TOPIK 4급은 ‘사회적 관계 유지와 일반적인 업무 수행에 필요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고, 뉴스·기사 중 평이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영어 기준이 TOEFL 550점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어 기준인 입학시 TOPIK 2급, 졸업 전까지 TOPIK 4급은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한국어나 영어 등 어학능력 기준을 충족한 학생들의 수는 턱없이 적었다. 전국 217개 대학에서 어학능력을 충족한 학생이 한 명도 없는 대학(학부)이 43곳(19.8%)이나 됐다. 어학능력을 충족한 학생의 비율이 정부 기준인 30%에도 못 미치는 대학도 99곳(45.6%)에 달했다.
학부보다 대학원은 더 심각했다. 어학능력을 충족한 학생이 한 명도 없는 대학원은 전국 659개 대학원 중 285곳(43.2%)이었다. 어학능력을 충족한 학생의 비율이 정부 기준인 30%에도 못 미치는 대학원은 594곳(90.1%)이었다.
■외국인 유학생은 등록금 ‘할인’
외국인 유학생은 등록금도 한국 학생들보다 적게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교육국제화평가인증을 받은 전국 126개 대학의 82.5%인 107개 대학이 한국 학생보다 외국인 등록금 부담률이 낮았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경남대학교, 덕성여자대학교, 백석대학교, 울산과학기술원, 인제대학교, 한동대학교 등 15개 대학은 외국인 등록금이 한국인 등록금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정부가 대학들의 요구에 의해 외국인 입학기준을 내리고, 등록금 부담도 줄여준 것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새로운 고등교육 수요 창출’이라는 거창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이 없는 서울 지역 인기 대학에 외국인 유학생만 늘리는 꼴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 기준 학사나 석·박사 과정을 밟는 외국인 유학생 수를 2014년과 비교해보면, 서울 지역 대학만 46.0%에서 49.9%로 증가하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감소했다. 특히 전국 대학 중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 상위 10곳 모두 서울 지역 대학들이었다. 신입생 모집이 힘들지 않은 이들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은 대학 순위 등을 매길 때 외국인 학생 수도 지표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오영훈 의원은 “현재와 같은 외국인 유학생 입학기준·등록금 부담 완화 등을 통해서는 오히려 한국 고등교육에 대해 ‘헐값 학위 장사’라는 인식과 평판만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한국 고등교육의 국제적 명성을 올리고, 우수 인력을 유치해 나갈 수 있도록 외국인 유학생 정책을 재고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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