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자사고·외고, 일반고와 동시 선발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입력 : 2017.11.02 22:10:00 수정 : 2017.11.02 22:10:38

ㆍ교육부, 우선권 폐지 입법예고

교육부가 일반고에 앞서 학생을 선발해온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의 ‘우선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 학교들이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점해 휩쓸어가는 것을 막아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금의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19학년도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일반고와 동시에 신입생을 뽑게 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주재하면서 ‘자사고·외고·국제고·일반고 고입 동시실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와 동시에 이런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40일간 입법예고했다.

고등학교들은 신입생 선발 시기에 따라 8~12월 초 학생을 뽑는 전기고와, 12월부터 이듬해 2월 초까지 뽑는 후기고로 나뉜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전기고에 ‘과학고·마이스터고·특성화고·예고·체고·자사고·외고·국제고’를 두고 후기고에 ‘일반고와 자율형공립고’를 뒀다. 이번 개정안은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후기고에 포함시켰다. 일반고와 전형이 동시에 진행되는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하면 집과 가까운 일반고에 배정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우선 선발권 폐지…현 중2부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주재하며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의 신입생 ‘우선선발’을 폐지하는 내용의 고입 동시실시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교육부가 일반고에 앞서 학생을 선발해온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의 ‘우선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 학교들이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점해 휩쓸어가는 것을 막아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금의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일반고와 동시에 신입생을 뽑게 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주재하면서 ‘자사고·외고·국제고·일반고 고입 동시실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동시에 이런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40일간 입법예고했다. 

고등학교들은 신입생 선발 시기에 따라 8~12월 초 학생을 뽑는 전기고와, 12월부터 이듬해 2월 초까지 뽑는 후기고로 나뉜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전기고에 ‘과학고·마이스터고·특성화고·예고·체고·자사고·외고·국제고’를 두고 후기고에 ‘일반고와 자율형공립고’를 뒀다. 이번 개정안은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후기고에 포함시켰다. 또 후기고 중에서 1개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도록 이중지원 금지 조항도 넣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자사고·외고·국제고 중 운영 성과평가가 기준에 미달한 학교는 일반고로 강제 전환한다. 일반고 전환을 희망하는 학교들은 행정·재정적 지원을 해준다. 다만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은 내년 하반기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한 뒤 추진하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자사고·외고·국제고는 교육을 다양화·특성화하고 특정 분야의 인재를 양성한다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그런데도 우선 선발권을 가지고 우수 학생들을 선점, 고교 서열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공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서열화된 학교 교육을 개선하고 교육 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교 입학제도 개선을 초·중등교육 정상화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미 예정된 수순이지만 자사고, 외고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입학 희망자들이 줄어들 것이고, 입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서울 지역 한 외고 교장은 “오늘 이렇게 발표할 줄은 몰랐다”고 했고, 자사고연합회장인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자사고의 인기가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씨(47)는 “자사고를 고집했다가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 일반고에 보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씨(46)는 “자사고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굳이 자사고에 아이를 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이미 대학입시에서 학생부 전형이 강화되면서 자사고나 외고, 국제고 지원율이 떨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자사고 등에 응시했다 떨어지면 정원이 미달된 일반고에 배정되기 때문에 일부 전국단위 자사고나 명문 광역 자사고를 제외하면 미달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교육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선발 시기뿐 아니라 선발 방법도 문제”라며 이참에 자사고·외고 등이 중학교 내신성적 제한 없이 추첨으로 선발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아예 자사고·외고 등을 일반고로 모두 바꿔야 한다며 “고입 전형의 선발 시기를 바꾸는 것은 말 그대로 첫 시작의 의미”라고 말했다. 

2일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전형 시기를 일반고와 동시에 하고, 이중지원을 금지하는 것이 뼈대다. 일각에서는 자사고·외고·국제고에 지원했다 떨어지면 ‘고입 재수생’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선발권 폐지와 관련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궁금증을 풀어본다. 

- 자사고·외고·국제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학생들은 어떤 학교에 다시 지원할 수 있나.

“전형 시기가 같아지기 때문에 일반고에 동시 지원할 수는 없다. 자사고 등에서 탈락한 학생들은 정원 미달로 추가모집을 하는 다른 자사고·외고·국제고에 추가 지원하거나, 일반고에 추가 지원할 수 있다. 광역시·특별시에서는 각 교육청이 여건에 따라 이 학생들을 일반고에 추가 배정한다. 다만 일반고를 1지망으로 지원한 학생들에게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집에서 멀거나 희망하지 않았던 일반고에 배정될 수 있다. 도 단위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주변 비평준화 지역의 일반고 추가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 시·도별 구체적인 배정 방법 등은 2018년 3월31일까지 발표될 예정이다.”

- 추가 지원일 경우에는 어떤 전형방식으로 선발하나. 

“통상적으로 추가모집 기간은 일주일 정도이며, 대부분의 학교가 추첨으로 선발한다.”

- 우선 선발권을 없애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학교의 학생 선발권이 제약되는 것 아닌가.

“선발 시기를 바꾸는 것일 뿐 전형방식은 이전과 같다. 전국단위 자사고는 선발 시기가 ‘후기’로 바뀌어도 지금처럼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할 수 있다. 교육당국은 향후 일반고의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학생 맞춤형 교육을 늘려 학교 유형만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과목 선택권을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