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선고에 이어 현대모비스의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법원이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며, 노동자들의 소송은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3일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 42부(김한성 부장판사)는 최근 현대모비스 퇴직자 17명이 통상임금에 상여금까지 포함해 연장·휴일·야간수당과 퇴직금을 다시 지급해 달라는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현대모비스는 기본급 750%인 상여금을 짝수 달에 100%, 설날과 추석, 하기휴가 때 각각 50%씩 정기적으로 지급해 왔다. 재판부는 현대모비스의 상여금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 지급돼 왔으며, 모든 노동자에게 별도의 추가 조건 없이 지급돼 온 점 등을 들어 통상임금의 조건인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모두 충족시켰다고 봤다.
사측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을 경우 각종 법정수당이 상승해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을 진다”며 이번 소송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에서 “과거 소급분 임금청구는 신의칙 위반일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을 근거로 한 것이다.
재판부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우발채무액이 2015년 말까지 전체 노동자에게 3198억원,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4790억원으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질 가능성이 있다”고는 인정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가 2011~2015년 상당한 당기순이익을 거둬 매년 9조에서 16조원의 이익을 쌓았고, 부채비율도 낮아지는 등 재정상태와 매출실적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인정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고, 사측은 원고들의 시간외 근로로 생긴 이득을 이미 향유하고 있어 원고들이 노사 합의한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이익을 추구한다고 할 수 없다”며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토요일을 ‘휴일’로 못박고, 10~30분의 휴게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했다. 현대모비스 단체협약은 토요일을 ‘휴일’이 아닌 ‘휴무하는 날’로 규정하고 있다. 휴일은 일할 의무가 없는 날로 근로기준법에 규정돼 있다. 반면 휴무일은 근로의무는 있지만 노사 합의에 따라 출근하지 않기로 한 날이다. 사측은 “토요일은 단체협약으로 정한 휴무일이므로, 휴일근로수당 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토요일 근로는 휴일근로이므로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한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단체협약보다 근로기준법이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아울러 근무시간 앞뒤의 10분~30분의 휴게시간에 대해서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 8월 서울중앙지법은 기아차 노동자 2만7000명이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며 회사가 밀린 수당 422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노동자 측 대리인인 김기덕 새날 변호사는 “기업의 구체적인 경영상태를 고려해 신의칙 위반 여부를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많은 사업장에서 휴무일을 휴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노동자의 휴일근로수당 청구를 인정한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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