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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월 13만원,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 푼다…“고용보험 가입자 대상”

올해보다 대폭 오른 내년도 최저임금 중 일부를 정부가 영세사업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 세부 계획이 나왔다. 저임금 노동자가 몰려있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고용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게 골자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김동연 부총리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사업 시행방안’을 확정했다. 소상공인들과 영세 중소기업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다른 인건비 상승분을 1년 동안 한시적으로 보조해주기 위한 방안이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불안 우려를 조기에 해소하고 소상공인과 노동자들이 사전에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신속하게 발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시행방안에 따라 저임금 사업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들에게 내년 한 해 동안 2조9000억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사업주가 지원금을 받으려면 노동자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임금 인상분을 보조해주는 동시에 고용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예산안은 현재 국회에서 심의가 진행 중이지만, 여야 간 입장차이가 커 정부 안대로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일자리 안정기금 지원사업 시행 방안을 발표한 뒤 나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일자리 안정기금 지원사업 시행 방안을 발표한 뒤 나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9일 발표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방안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는 데에 따른 후속조치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 영세사업장과 중소기업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 직후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방안을 내놨다.

이후 관계기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사업장 면담, 전문가 간담회 등을 여러 차례 열어 세부 시행계획을 마련해왔다. 이번 대책은 최저임금 120% 미만(월급 190만원 미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 여기 해당하는 노동자는 전 산업에 걸쳐 약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일자리 안정자금 2조9708억원을 편성해놨다.

최저임금 인상분 ‘정부가 지원’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게 되면 저임금 노동자들이 주로 몰려 있고 자금 여력이 없는 영세사업장과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며, 결국은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재계는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선 안 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래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폭을 결정한 직후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의 일환으로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사업체 규모와 사업장의 부담 능력을 감안해 지원 대상을 선정하겠다고 했다. 이어 석 달 간에 걸친 검토 끝에 나온 것이 이번 시행계획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원칙적으로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에게 지원한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돈을 받는 노동자의 83%는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 몰려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업종별로 예외를 뒀다. 예를 들어 아파트·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경비·청소원은 임금인상 시 해고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고용 인원이 30인 이상이더라도 입주자대표회의에 인건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30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과세소득 5억 이상 고소득 사업주, 임금체불 명단공개 사업주 등은 지원에서 제외한다.

고용안전망 확충 목적도

사업주가 지원금을 받으려면 노동자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정부는 “영세업체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줄여 고용 안전망을 강화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사업주들의 사회보험료 부담도 대폭 줄여주기로 했다. 

영세사업장에 국민연금·고용보험 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사업의 지원대상을 월급 140만원 미만 노동자에서 190만원 미만 노동자로 확대하고, 지원수준도 보험료의 60%에서 90%에서 올리기로 했다. 고용보험 적용대상이 아닌 외국인이나 초단시간 노동자의 경우에는 미가입자라도 인건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사업주는 사회보험공단·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할 수 있다. 사회보험공단 지사, 고용노동부 고용센터, 자치단체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 접수해도 된다.

국회 통과·지속성이 관건

정부가 앞서 안정자금 지원방안을 제시하면서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6.4% 중 최근 5년 간의 평균 인상률인 7.4%를 초과하는 부분, 즉 9%에 대해 직접 지원금을 준다는 것이었다. 인상분을 고용주가 아닌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물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야당들은 “세금으로 민간기업 임금을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반대하고 있다. 여야 입장차가 큰 예산이라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국회 심의과정에서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해 적극 논의하면서, 가능하면 정부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일자리 안정자금은 내년 한 해만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지만, 2019년 이후의 영세사업자 지원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경제, 사회에 연착륙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집행 상황을 지켜보고 여러 요인을 고려해 연착륙 방법을 하반기쯤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