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일용직이라서 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건설노동자들에게는 ‘퇴직공제부금’이 유일한 사회보장제도입니다. 그런데 공제금액은 10년 전과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건설노동자들이 대우받지 못하는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어요.”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이영철 수석부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 부근에 있는 여의2교 광고탑에 올라가 찬바람 속에 초겨울을 맞고 있다. 고공농성 이틀째인 이틀째인 13일, 광고탑에는 이들이 내건 현수막이 차가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붉은 글씨로 ‘노동기본권 쟁취’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통과’ 라고 적혔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밤, 정양욱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장과 함께 광고탑에 올라갔다.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국회가 내려다보이는 30m 높이 ‘하늘감옥’에 올라가 있는 이 부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름만 ‘사장님’일 뿐, 차량유지비와 유류비 등을 본인 주머니에서 감당하는 건설기계 조종사들은 현장의 목수들보다도 실질 임금수준이 낮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은 퇴직공제부금 인상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퇴직공제제도는 일용·임시직 건설노동자를 위한 일종의 퇴직금제도다. 일한 날만큼 건설사업주가 공제부금을 내면 노동자는 건설업에서 퇴직할 때 공제회로부터 퇴직공제금을 받는다. 이 부위원장은 “2008년 하루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오른 퇴직공제부금은 10년이 다 돼 가는 지금도 4000원”이라며 “건설노동자들이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어, 퇴직공제부금 인상 등이 담긴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1인 사업자’로 분류되는 레미콘·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조종사들에게도 퇴직공제부금 제도가 적용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건설기계를 움직이는 이들은 20년 전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을 진행하던 건설업체들로부터 차량을 불하받은 뒤 개인사업자 신분이 됐다. 건설 현장에서는 사실상 시공업체의 지휘감독을 받기 때문에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한다.
이들도 퇴직공제부금에 당연가입하게 하자는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은 몇 차례나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이들이 ‘노동자냐 아니냐’를 놓고 다투다가 번번이 통과되지 못했다. 이 부위원장은 “애초에 건설근로자법이 생긴 취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건설기계 조종사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퇴직공제부금 인상, 건설노동자들의 출퇴근 관리를 위한 전자카드제 도입, 건설기계 노동자 퇴직공제 당연가입 등을 담고 있다. 이 부위원장은 “정부와 국회에서 의미 있는 답변을 주기까지 농성을 계속 할 것”이라며 “(광고탑 위에는)바람이 많이 분다”며 웃었다.
오는 24일과 28일 환노위 고용노동소위는 개정안을 다시 논의한다. 건설노조도 이에 맞춰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건설노조는 1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8일 조합원 3만명이 참가하는 총파업 상경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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