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사태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그에 따른 실직자들의 자살 등 ‘해고의 비극’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그 후 8년, 쌍용차 해고자들이 대주주인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 “해고자 복직 약속을 지켜 달라”고 하기 위해 인도로 떠난다.
1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각계 시민·종교단체 회원들은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 130명의 해고자가 남아 있지만 회사는 ‘복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라며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과 직접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지부가 ‘인도 원정투쟁’을 떠나는 것은 2015년에 이어 두번째다.
2009년 당시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가 경영권을 포기하고 2646명 정리해고 방안을 내놓았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76일간의 공장 ‘옥쇄파업’으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희망퇴직과 징계·정리해고를 당해 공장 밖으로 나왔다. 이후 노조는 대한문 노숙농성, 오체투지, 굴뚝농성 등을 통해 쌍용차 사태를 사회에 알려왔고, 사태 6년만인 지난 2015년 12월 쌍용차와 기업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등 3자는 “희망퇴직자, 해고자 들의 채용을 2017년 상반기까지 조속히 노력한다”는 내용의 노·노·사 합의를 이뤄냈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해고자 37명이 복직했다.
그러나 130명의 해고자가 남아 있다. 쌍용차지부 측은 회사가 복직 합의는 했지만 구체적인 이행 방안도 내놓지 않는 등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쌍용차 공장 노동자들은 주당 52시간을 훨씬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사측이 노동시간을 줄이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내년 상반기 시행하려 하는데 이 때 해고자 복직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고자들이 인도로 떠나는 이유 중에는 ‘남은 사람들’의 고통이 임계치에 이르렀다는 절박함도 깔려 있다. 쌍용차 해고자라는 낙인 때문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해고자들이 아르바이트나 육체노동, 택시운전, 보험설계사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 왔다. 가족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다. 지난 5월 해고자의 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쌍용차 사태 이후 투병, 자살 등으로 유명을 달리한 사람은 29명에 이른다. 노조가 지난달 해고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건강상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6명 가운데 80%가 ‘건강이 전반적으로 좋지않다‘고 답했고 83%가 최근 1년간 우울 및 불안장애를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가정의 행복이 1년 전보다 나빠졌다‘고 84%가 넘었다.
1일 오후 김득중 쌍용차지부장 등 해고자 3명이 마힌드라그룹 본사가 있는 인도 뭄바이로 떠난다. 이들이 입은 붉은 조끼에는 힌디어로 “마힌드라, 쌍용자동차의 해고노동자들을 복직시켜 달라”는 내용의 글귀가 적혔다. 불교·천주교·기독교 등 종교계 대표들의 서한도 가져 간다. 김 지부장은 “뭄바이 지역 노동단체와 함께 마힌드라 사측에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회장과의 면담 일정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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