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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고용 아닌 ‘샛길’ 선택한 파리바게뜨, "3자 합작법인 출범”

직접고용 아닌 ‘샛길’ 선택한 파리바게뜨, "3자 합작법인 출범”


파리바게뜨가 불법파견 상태의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대신 추진해 오던 본사·가맹점주·협력업체 3자의 합작회사가 본격 궤도에 올랐다.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지시를 거부하고 ‘우회로’를 걷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1일 파리바게뜨는 “본부와 가맹점주협의회, 협력업체 3자가 합자한 상생기업 ‘해피파트너즈’가 출범할 것”이라며 “많은 제조기사들이 상생기업으로 소속 전환 의사를 밝혔고, 하루빨리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하기를 원하고 있어 조속히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 9월 파리바게뜨에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가 고용관계도 없는 본사의 상시적인 지시를 받는 등 사실상 ‘위장도급’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노동부는 제빵기사 5309명을 ‘사용사업주’인 본사가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파리바게뜨는 이를 따르는 대신 3자 합작회사 방안을 택했다. 파견법에는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노동자 본인이 ‘직접고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원청이 직접고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11곳은 지난 10월부터 제빵기사들에게 상생기업 설명회를 하면서 ‘직접고용 포기 동의서’를 받아왔다. 이날 파리바게뜨는 “제조기사 5309명 중 70%인 3700여명이 가맹본부 직접고용에 반대한다”라며 “협력업체에 남겠다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상생기업으로 소속을 바꾸는데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생기업 제조기사들은 기존 근속과 퇴직금이 그대로 승계되며, 급여가 13.1% 오르고 각종 복리후생이 상향 조정된다”라고 했다.

지난달 2일 파리바게뜨노조 조합원들과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상범 기자

지난달 2일 파리바게뜨노조 조합원들과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상범 기자

직접고용을 피하려는 본사, 인건비 부담 전가를 걱정한 가맹점주, 회사 문을 닫을 처지인 협력업체 3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 가운데 가맹점주협의회가 가장 적극적으로 상생기업에 발벗고 나섰다. 지난달 27일에는 가맹점주 2368명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제빵기사 직접고용을 반대한다’는 탄원서를 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노동부의 지시는 도급·업무협약 등으로 얽힌 복잡한 고용관계를 본사와 제빵기사 양자관계로 정리하라는 취지였는데, 제3자에 불과한 가맹점주와 협력업체들이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사와 협력업체, 가맹점주협의회 모두 제빵기사노조를 대화 상대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체 제빵기사의 10%가 넘는 700여명이 가입해 대표성이 높은 노조임에도 본사와 협력업체가 노조를 ‘패싱’하고 기사 개개인에게 동의를 구한 것이다. 협력업체가 연 상생기업 설명회에서는 “노동부 지시대로 직접고용해도 어차피 불법파견”“동의서를 쓰지 않으면 공장 등 다른 곳으로 전적하겠다” 등 허위·과장과 협박에 가까운 종용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협력업체들이 받은 ‘직접고용 포기확인서’가 무효라며 1일 오전 파리바게뜨 운영사인 SPC그룹에 철회서를 전달했다. 회사의 강압에 반강제적으로 동의서를 썼지만, 뒤에 이를 철회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제빵기사가 약 190여명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본사는 뒤로 숨고 협력업체 등 3자들이 동의서를 받은 것”이라며 “상생기업 출범은 사실상 노동부 지시를 거부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파리바게뜨는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인원들도 언제든지 상생기업으로 소속을 바꿀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한 차례 파리바게뜨와 법원에서 격돌했던 노동부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상생기업 출범과 상관없이 과태료 부과와 형사입건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바게뜨는 합작회사로 제빵기사의 소속을 바꾸는 동시에, 법정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뒤집는 ‘투트랙’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행정법원은 파리바게뜨가 ‘직접고용지시의 효력을 중단해 달라’며 낸 가처분신청을 각하했다. 파리바게뜨 주장대로 제빵기사 3700명이 ‘자의에 따라’ 직접고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했다면, 530억원에 달할 것이라던 과태료 부담은 대폭 줄어든다. 하지만 지난 9월 근로감독을 통해 드러난 불법파견 자체에 대한 사법절차는 남아 있다.

가맹점이 아닌 가맹본사를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 지목해 불법파견 책임을 지운 노동부 조치가 핵심 쟁점이고, 이것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형사소송 과정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파견법에 따르면 제빵업처럼 파견이 허용되지 않은 업종에서 파견을 한 파견사용주(협력업체)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사용사업주(파리바게뜨 본사)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각각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