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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송윤경의 똑딱똑딱]환경부가 '소똥구리 5000만원어치 삽니다' 공고 낸 이유는

[송윤경의 똑딱똑딱]환경부가 '소똥구리 5000만원어치 삽니다' 공고 낸 이유는

‘5000만원 받고 몽골에서 소똥구리 50마리 가져올 분 구합니다.’

환경부가 지난달 말 이색 입찰공고를 냈다. 소똥구리 50마리, 대륙사슴 5마리를 각각 5000만원과 2억원에 구매하겠다는 내용이다. 소똥구리는 계약일로부터 10개월, 대륙사슴은 12개월 안에 구해와야 한다.

■소똥구리·대륙사슴 찾기 ‘대작전’

환경부가 구매 입찰에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정부는 경북 영양군 영양읍 대천리에 부지면적 255만㎡에 이르는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짓기로 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어 민간에서는 잘 연구하지 않는 한반도의 멸종위기 동·식물을 복원하기 위해서다. 복원센터는 내년에 문을 연다. 환경부는 이곳에서 내년부터 5년간 복원을 진행할 동·식물로 소똥구리, 대륙사슴, 금개구리, 나도풍란을 선정했다.

그런데 복원에 필요한 개체를 확보하는 것이 문제였다. 금개구리와 나도풍란은 복원센터 추진단이 자체적으로 확보했지만 소똥구리와 대륙사슴은 ‘엄마’가 될 개체들을 구하지 못했다. 둘 다 원래 한국에서 흔했던 생물종이지만 지금은 거의 멸종됐다. 대륙사슴은 러시아, 중국, 북한에만 살고 있고 소똥구리는 몽골에서만 구할 수 있다. 이번 입찰은 외국에서 이 동물들을 사들여올 동물무역상을 구하기 위한 것이다.

생물종을 들여오는 데에는 복잡한 절차가 따른다. 추진단은 대륙사슴 5마리를 전달받기 위해 러시아와 2년 반에 걸쳐 협의를 했다. ‘대륙사슴 구매가 2억원’은 러시아를 찾아가 이미 협의된 대륙사슴을 안전하게 데려오는 비용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사슴을 데려오려면 자체적으로 비행기를 띄워야 하고 각종 검역 등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그 모든 경비를 2억원 수준으로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륙사슴(Cervus nippon hortulorum). 사진 www.biolib.cz

대륙사슴(Cervus nippon hortulorum). 사진 www.biolib.cz

대륙사슴과 달리 소똥구리는 낙찰을 받은 계약자가 몽골에 가서 직접 구해와야 한다. 하지만 여행객이 소똥구리를 채집해서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몽골 정부로부터 채집·반출허가를 받아야 하고 한국 정부의 검역도 통과해야 한다. 검역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들여올 경우 전부 폐기처분되고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검역 당국이 제시하는 조건에 맞춰 금지품수입허가증명서 등을 발급받을 수 있는 전문 무역업자만 입찰이 가능하다”면서 “대륙사슴과 소똥구리 모두 구제역을 전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엄격한 검역을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여러 조건을 충족해 들여왔다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대륙사슴과 소똥구리가 추진단에 넘겨진 후 한 달 이상 살아있어야만 약속받은 돈을 받을 수 있다.

■소똥구리 사라진 건 소똥 때문

뒷발로 소똥을 공처럼 말아 굴리는 소똥구리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곤충이다. 그런데 왜 정부가 거액에 사들여야 할만큼 찾기 어려워졌을까. ‘멸종’의 원인은 그들의 서식지인 ‘소똥’에 있다. 정세호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장은 “1970년대 후반부터 사료와 항생제를 먹여 소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소똥구리는 항생제를 먹은 소의 배설물을 먹으면 죽는다”고 설명했다. 소똥구리 권위자 김진일 성신여대 명예교수가 10여년간 소똥구리를 찾으려 남한 전역을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소똥구리과 곤충 가운데 공을 만들어 굴리는 왕소똥구리·소똥구리는 사라졌고 긴다리소똥구리도 발견하기 힘들어졌다. 이들을 복원하려면 ‘좋은 소똥’이 필요하다. 복원센터는 국내 목장과 계약을 맺어 방목해 키운 소의 똥을 공급받아 냉장고에 보관해 둘 예정이다.

꽃사슴이라고도 하는 대륙사슴은 몸에 꽃처럼 점박무늬가 있어 조선시대에 ‘매화록(梅花鹿)’으로도 불렸다. 요사이 농가에서 키우는 꽃사슴은 일본이나 대만에서 들여온 것으로, 환경부가 되살리려 하는 한반도 고유종과는 다르다. 정부가 찾는 것은 한반도에 살던 대륙사슴(Cervus nippon hortulorum)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조영석 연구관은 “사슴은 일부러 잡아 죽이지 않으면 잘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일제가 대륙사슴을 이유 없이 인간에게 유해한 조수로 지정하고 다 잡아버린 것이 (사라진)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에는 개와 같은 가축마저 가죽을 벗겨 전시물자로 활용했다. 사슴도 같은 이유로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과 혼란기를 겪으면서 무차별 수렵이 벌어진 것도 원인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