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때문에 중국은 대기오염물질을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내뿜게 될 것이다.’
올 하반기,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상화폐 시장이 뜨겁게 달라올랐다. 그런데 학자들 사이에선 가상화폐에 관한 색다른 논쟁이 화제였다. 가상화폐 채굴에 쓰이는 전력량이 어마어마해서 화력발전을 많이 하는 국가에선 온실가스가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그러나 가상화폐 채굴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가설은 과장이라는 반박도 줄을 잇는다.
환경파괴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제기한 이는 에릭 홀사우스라는 미국 기상학자다. 그는 지난 5일 ‘그리스트’라는 환경전문매체에 “비트코인이 화석연료가 가져올 미래(기후변화)를 저지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했다. 논리는 간단하다. 컴퓨터가 제시하는 어려운 수식을 풀어 비트코인같은 가상화폐를 대가로 받는 과정을 ‘채굴’이라 부른다. 그러려면 전기를 잡아먹는 고성능 기기를 돌려야 한다.
홀사우스는 “가상화폐의 전력소모는 이제 시작”이라면서 “2019년 말에는 가상화폐 채굴에 쓰이는 전력량이 전세계 전력량에 맞먹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가상화폐 전문 매체 디지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계의 가상화폐 채굴장에서는 이미 연간 32테라와트시(Tw/h)의 전기를 쓰고 있다. 덴마크의 전체의 전력사용량보다도 많은 것이다. 미국 인터넷 잡지 마더보드에는 “비트코인이 거래될 때마다 미국 가정에서 일주일 동안 쓰는 전기가 소모되는 꼴”이라는 글도 실렸다.
전기가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가상화폐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은 전력이 싼 곳에 대규모로 설비를 가져다놓고 기계를 돌린다. 이른바 ‘채굴장’이라 불리는 이런 시설들은 주로 중국에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채굴작업의 58%는 중국에서, 16%는 미국에서 이뤄진다. 그밖에 태국, 조지아,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스웨덴, 베네수엘라에도 채굴장이 있다.
세계 가상화폐 채굴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석탄발전으로 전체 전력의 73%를 생산한다. 비트코인을 파내기 위해 석탄을 태워 연기를 뿜어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적인 채굴장 뿐 아니라 개인채굴업자들도 판치고 있다. 최근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그래픽카드가 동이 났다”는 말까지 나온다. 가상화폐 채굴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아닌 그래픽 카드를 이용해서 하는데, 채굴을 하려고 그래픽카드를 사들이는 이들이 폭증했다는 얘기다.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장. 사진 www.coindesk.com
그러나 ‘가상화폐가 환경재앙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과장됐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환경과 경제를 주로 다루는 영국 애덤스미스재단의 팀 월스톨 연구원은 이미 2013년 포브스 기고에서 “채굴은 현실세계의 환경재앙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냈다. 그는 “세계에서 가상화폐 채굴에 쓰이는 전력량은 미국 가정용 전기공급량의 0.025% 수준”이라면서 “게다가 가상화폐는 채굴할 수 있는 양에 상한선이 있고 현재 그 중간쯤에 있다”고 주장했다.
계산만 하면 가상화폐를 무한정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경우 계산으로 생성되는 블록 1개를 만들 때마다 2016년 기준으로 25비트코인을 지급하지만, 블록이 21만개 생겨날 때마다 그 보상액을 절반으로 줄이게 돼 있다. 비트코인은 대략 2100만개가 생기고 나면 보상이 0에 가깝게 줄어들어, 사실상 발행이 중단된다.
전력 사용량에 대해선 논란이 많지만,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것은 생산적 기능이 전혀 없는 투기행위일 뿐이므로 여기에 전력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투기성 금융상품을 거래하느라 전기를 쓰는 것은 은행이나 투자회사들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이자벨라 카민스카는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이들은 전통적인 금융보다 비트코인의 자본집중이 덜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속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런 측면이 있더라도, 현재의 채굴은 실제 거래가 아닌 투기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사회에 건설적인 효과를 거의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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