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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형은 물러났다, 이제 고대영 차례” ‘승리’ 목전 둔 KBS 새노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총파업 100일째를 맞았던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총파업 100일째를 맞았던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강규형 이사를 해임하는 건의안이 방통위에서 최종 의결됐습니다. 구성원들의 노력, 공영방송 정상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무대에 오른 사회자의 첫마디에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로비를 꽉 채운 전국 KBS 구성원들의 표정은 언제보다도 밝았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방송통신위원회가 의결한 강규형 KBS 이사 해임건의안을 재가했다. 새노조 파업의 목적이었던 ‘고대영 사장 퇴진’도 가시화됐다.

이날 열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 새노조) 조합원총회에서 KBS 구성원들은 총파업 116일을 돌아보고 이사회 구도 변화를 자축했다. 강 이사 해임건의안 통과는 새노조 구성원들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다. 새노조는 자체 취재팀을 가동한 끝에 강 이사가 애견카페 등에서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내용을 취재해 공개했다. 이인호 KBS 이사장의 관용차 유용 의혹도 새노조가 취재해 공개한 것이다.

새노조는 이어 감사원에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감사해달라고 의뢰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일부 이사들이 업무추진비를 부당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방통위에 해임 건의 또는 연임 배제 등의 인사조치를 요구했다. 방통위가 해임건의 결정을 내리지 않자 새노조는 광화문광장에서 240시간 동안 릴레이발언을 하고 밤샘집회를 벌이며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강 이사 해임이 결정됨에 따라 보궐이사가 선임되면 KBS 이사회 구도는 구여권 추천 이사 과반에서 현여권 추천 이사 과반으로 역전돼 고 사장 해임이 가능해진다. 성재호 새노조 위원장은 이날 조합원들 앞에 서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힘들게 오늘까지 왔다”며 “오늘부터 고 사장 해임까지는 길어야 한 달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승리의 첫 단추를 꿴 셈이지만 새노조는 “앞으로 어려움이 많이 남았다”며 고삐를 죄고 있다. KBS 역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한 파업도 해를 넘기게 됐다. 성 위원장은 “우리가 이루고자 할 최종 목표는 아니고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 현실적으로 고 사장 퇴진까지 어떤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우니 긴장을 늦추지 마시고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말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도 “이사장을 교체하고 고 사장을 퇴출시킬 때까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투쟁을 지혜롭게 이어나가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발언에 나선 이영재 새노조 제주지부장은 “116일간 파업하며 강 이사만 물러났다. 고대영 사장, 이인호 이사장, 차기환 이사를 모두 몰아낼 때까지 만족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다만 새노조가 강 이사 퇴진이라는 1차 목표를 이룬 만큼 이날 집행부는 앞으로 파업 수위를 다소 낮출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성 위원장은 “오늘 집회가 끝나고 비대위를 열어서 논의해보겠지만 투쟁에 약간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투쟁의 변화가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이것이 투쟁동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욱 강하고 슬기롭게 우리 목표에 다가설 수 있기 위해서라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