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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유기> 추락사고 후에도 세트장은 변하지 않았다

tvN 드라마 <화유기> 스태프 추락사고 현장.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tvN 드라마 <화유기> 스태프 추락사고 현장.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tvN 드라마 <화유기> 제작사 측이 스태프 추락사고 이후에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촬영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8일 오후 경기 안성시 일죽면에 있는 <화유기> 세트장에서 약 2시간30분 동안 추락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제작사 JS픽쳐스 관계자들에 대한 면담을 진행했다. 노조 요청으로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의 현장 근로감독도 함께 이뤄졌다. 조사에는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법률·정책 실무진, MBC아트 지부 집행부와 MBC아트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피해 스태프는 JS픽쳐스의 소도구 제작 용역업체 MBC아트 소속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에 따르면 <화유기> 세트장은 제2의 사고가 우려될 정도로 방치돼 있었다. 언론노조는 “추락 사고와 함께 무너져 내린 세트장 천장을 보수했는데도 곳곳에서 천장을 지탱하는 목재와 합판 사이가 벌어져 있었다. 또한 세트장 내부 이동 통로는 매우 어둡고 비좁은 데다 바닥에 각종 케이블과 목재, 페인트 등 인화물질이 어지럽게 놓여 있어 낙상 사고나 화재로부터 매우 취약한 구조였다. 세트장을 재설치하거나 보강하지 않고 현장을 땜질식으로 수습해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면담에서도 제작사 측이 책임을 회피했다고 전했다. 언론노조는 “현장책임자인 이철호 JS픽쳐스 미술감독은 ‘샹들리에 설치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 조명 등을 달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고지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또 추락사고 직전 피해자가 천장에 올라간 사실, 천장이 무너져 내린 사실을 목격하거나 알지 못했다고 했다가 현장 검증에서는 바로 옆 소파에 앉아 반쯤 잠든 상태였다고 답하는 등 진술도 일관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세트제작업체 라온 대표는 <화유기> 세트장이 다른 세트장에 비해 튼튼하게 설치됐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근로감독에 참여한 산업재해예방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사람이 밟아 무너질 정도면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고 했다.

노동부 평택지청 근로감독관은 제작사 측에 세트 천장 위로 올라가야하는 모든 작업을 중지하고 안전하지 않은 목재 사다리를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언론노조는 현장 조사를 마친 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서 서호원 지청장을 만나 철저한 조사와 안전 진단 실시를 요구했다. 서 지청장은 고용노동부 본부와 협조해 JS픽쳐스 드라마 세트장에 대한 일제 점검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제작사가 전기공사관련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 살펴보고 산업안전보건공단과 협의해 안전 진단을 실시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다음 주 중 JS픽쳐스와 라온을 산업안전보건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노동부에 고발할 예정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관계 부처 간 긴급 연석회의도 제안할 계획이다. 이미 <화유기> 방송사인 CJ E&M 측에는 면담을 요청했다.

앞서 지난 23일 새벽 1시쯤 <화유기> 세트장에서 한 스태프가 샹들리에 설치 작업을 하던 중 떨어져 허리와 골반 등이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스태프는 의식이 없는 채로 병원에 이송돼 다시 의식을 되찾았으나 신체 일부 마비 등의 후유증이 우려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