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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고 배우기

‘급식이’ 위한 수저세트, 롱패딩 의자 옷걸이… 이색 청소년 창업아이템


점심시간마다 급식소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따로따로 들고 다니던 학생들은 생각했다. 꼭 숟가락과 젓가락을 따로따로 들고다녀야 할까? 수저통에 숟가락을 넣다가 자꾸 떨어뜨려서 다시 설거지를 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청소년 창업동아리 ‘YEEPSTAGRAM’은 여행용 칫솔처럼 숟가락 손잡이 안에 젓가락이 들어가는 일체형 수저를 개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청소년 기업가체험 프로그램 창업경진대회에 출품했다. ‘급식이(급식을 먹는 중고등학생을 지칭하는 신조어) 위한 아이템 인정? 어 인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아이템은 예선을 통과해 10일 열리는 2018 진로교육 페스티벌의 창업경진마당 본선에 오른다.


교육부는 청소년들이 직접 구상한 아이디어와 시제품을 발표하는 등 진로교육의 성과 및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2018 진로교육 페스티벌’을 10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페스티벌에서는 진로교육 정책을 안내하는 주제마당, 교사와 장학사, 자원봉사자, 진로체험지원센터 관계자 등이 소통하는 교류마당,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발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체험마당, 청소년 창업동아리 중 상하반기 예선에서 선정된 60개팀이 아이디어와 시제품을 제작·발표하는 창업경진마당 등 4개 코너가 운영된다.

창업경진마당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들고 나온 제품들에는 실제 일상에서 느낀 불편함에서 출발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담겼다. 경기 화성시 청소년 창업동아리 ‘가온길’은 창업아이템을 구상하다가 한 동아리원이 “밴드가 너무 길어서 상처에 접착면이 닿아 불편했다”고 말한 데 착안했다. 한 번씩은 겪어본 상황에 공감한 동아리원들은 접착면을 종이재질로 제작하고 중간중간 칼집을 내, 손으로도 쉽게 잘라서 길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든 밴드를 제작했다. 아이돌이나 배우의 사인, 음악 앨범 사진 등을 프린팅해 판매하겠다는 ‘맞춤형 전략’도 덧붙였다. 

동인천고 동아리 ‘DIH COMPANY’는 학생들이 많이 입는 롱패딩을 의자에 걸어둘 때마다 바닥에 질질 끌리는 일이 반복되자 의자에 설치하는 봉 형태 옷걸이를 개발했다. 인기가수 지드래곤의 노랫말에서 따온 ‘나도 어디서 끌리지 않아 봉’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개인 소셜미디어와 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용기를 올리는 등 홍보 전략도 마련했다.

지역사회나 사회적 약자들은 무엇을 필요로 할지를 고민한 청소년들도 있었다. 동탄국제고 창업동아리 ‘91HAZA’는 전북 고창의 복분자농장 체험을 다녀온 뒤 상품가치가 없어 폐기되는 농산물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다가 정해진 규격에서 벗어나 팔지 못하는 농산물을 낮은 가격에 유통하는 거래시스템을 구상했다. 경기 연천군 백학면의 창업동아리 ‘백기가동’은 기억력이 감퇴된 노인, 군용품을 잃어버리기 쉬운 군인들이 지역사회에 많이 산다는 점에 착안해 집이나 사무실 안의 물건에 센서를 부착해 적외선감지기로 찾을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 ‘Compart’ 팀은 시각장애인들의 안전한 보행을 돕는 보도블록과 음향신호기를 조사해, 시각 대신 청각을 이용해 보행 경로를 안내하는 선글라스형 내비게이션을 만들었다.

창업경진마당에 참여하는 청소년 창업동아리들은 실제 기업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처럼 투자유치설명회를 열어 일반 관람객들에게 가상투자를 받는다. 가상 투자유치액은 사전심사점수에 반영된다. 4개 팀에는 대상인 교육부장관상, 20개 팀에 최우수상인 직능원장상이 수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