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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정리뉴스]YTN 노사가 잇따라 기자회견 한 이유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수정2018-01-09 12:20:22
 

8일 서울 상암동 YTN사옥 앞에서 대치한 최남수 사장(왼쪽)과 박진수 노조위원장. 언론노조 제공


보도국장 내정을 둘러싼 YTN 노사 갈등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8일 하루 동안 노사가 서로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이 3번 연달아 열렸다. 갈등 중재자로 나선 언론노조, 최남수 YTN 사장, YTN 노조가 한 번씩 마이크를 잡았다.

YTN 노사는 최남수 사장 선임 전부터 ‘적폐청산’ 문제로 팽팽히 맞섰지만 지난달 27일 극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최 사장이 지난 5일 노조와 논의를 거치지 않고 차기 보도국장을 지명하면서 다시 부딪쳤다. 노조는 “노사 합의 파기”라며 8일부터 최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을 시작했다. 새 보도국장 임명을 비롯한 YTN 정상화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장 선임도 어려웠는데…

지난해 12월 YTN 노조는 최남수 사장 내정자 퇴진을 요구하는 사내집회를 연일 열었다. 노조가 구본홍·배석규·조준희 전 사장 체제에서 3년 이상 보직을 맡았던 간부의 보직 임명자격을 ‘YTN 미래발전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류하자고 제안했으나 최 내정자가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앞서 노종면 기자는 보도국장으로 내정된 뒤 노조에 최 내정자의 적폐청산 의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박진수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위원장이 최 내정자와 4차례 만났지만 인사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노 기자는 보도국장 지명을 거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중재에 나서자 YTN 노사는 합의에 도달했다. 지난해 27일 ‘와이티엔 바로세우기 및 미래 발전을 위한 노사 합의문’을 발표했다. 적폐청산을 위한 독립 기구를 설립하고 지난 9년간 3년 이상 보직 간부의 보직 임명자격을 잠정 보류하는 것에 합의했다. 또 혁신 TF를 보도본부장 산하로 이관하고 보도국이 보도국장 책임 아래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보장하기로 했다. 주주총회에서 최남수 사장 내정자 등기이사 선임 건을 정상 처리하는 데 협조하고 첫 인사에서 조직·인사 혁신을 단행하기로 했다. 최남수 내정자는 합의문을 발표한 다음날인 28일 주총을 거쳐 사장으로 공식 임명됐다.

8일 오전 최남수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YTN노조원들. 언론노조 제공


최 사장이 임명된지 채 열흘이 지나지 않아 갈등은 다시 불거졌다. 지난 5일 최 사장이 돌연 송태엽 부국장을 차기 보도국장으로 지명하면서다. 지난해 12월 24일 최 사장과 박진수 YTN 노조위원장,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1월 3일까지 보도국장 후보자를 지명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최 사장은 시한을 넘긴 1월 5일 노조 동의를 구하지 않고 합의와 다른 인사를 보도국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합의 당시 노사는 차기 보도국장에 노종면 기자를 내정하는 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도 지난 6일 임직원에게 보낸 글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확정적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다”라며 논의 사실을 인정했다.

핵심은 인사권?

최 사장은 8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인사권 문제가 핵심”이라며 YTN노조에 합의 파기 책임을 돌렸다. 최 사장은 “YTN 사태의 본질은 ‘합의 파기’가 아니라 적법·정당하게 선임된 YTN 사장에 대하여 노조가 ‘인사권’을 확보해 사장을 고립시키고 결국 낙마하게 만들려는 데 있다”고 했다. 최 사장은 3자 합의 당시 노종면 기자를 보도국장에 재지명하는 합의가 없었는데도 노조가 요구했고, 복직자 중심으로 꾸린 혁신TF안에 사장의 인사권을 훼손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최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노종면 기자 개인을 겨냥하기도 했다. 노 기자가 사장 공모에서 낙마하면 복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말을 바꾼 점, ‘해직 기자끼리의 사장 자리 담합’ 등 논란을 언급하지 않은 점, 측근들과 ‘톡방’에서 최 사장 출근 저지, 보도국 수성 등 투쟁방침을 논의한 점 등을 들어 언론관과 조직관이 의심된다고 했다.

YTN노조는 최 사장 기자회견 직후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 파기가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박진수 YTN노조위원장은 “노동조합이 요구한 인사는 없다. 보도국장 인사를 존중하고 사장과 협의한다는 것이 최 사장과 합의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노종면 기자는 단 한 마디도 인사권을 운운한 적 없다. 사적 ‘톡방’을 집단의 작전인양, 이 회사가 노종면 주도로 모두 이뤄진양 (치부하는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노조는 송태엽 부국장을 보도국장으로 하는 회사안 자체가 애초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YTN은 보도국장을 임명하거나 해임할 때 보도국 구성원 동의를 구하는 임면동의제를 실시한다. 노사가 함께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려야 하는데 내정자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었다.

노조는 최 사장 주장과 달리 혁신TF안에 사장 인사권을 훼손하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혁신TF안에는 ‘보도국 독립은 보도국 수장의 권한과 책임이 전제되며 이를 위한 실질적 방안으로 보도국장의 인사권이 수반돼야 한다’라고 나와있다. 보도국장 신임 투표에 앞서 ‘러닝메이트’로 일할 에디터 명단을 함께 발표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8일 오전 출근길이 가로막힌 최남수 사장(가운데). 언론노조 제공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이날 오전 언론노조 기자회견에서 “최남수 사장이 어느 순간부터 자기 입으로 ‘인사제청권’이라고 한 것을 ‘인사권’이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YTN지부는 단 한번도 사장과 무관한 인사권을 요구한 적 없다고 얘기했더니 혁신TF안을 얘기하면서 노조가 합의 파기했다고 했다. TF는 회사 조직이기 때문에 거기서 어떤 안이 나왔다고 한들 YTN지부가 합의정신을 깼다고 할 수 없다. 그걸 왜 뒤섞어서 이야기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출근 저지” “법적 대응”

차기 보도국장으로 지명된 송 부국장은 지난 7일 이 같은 노사 충돌을 우려하며 “보도국장 지명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노사가 저의 보도국장 지명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9년 전 악몽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노조도 사장의 인사권을 인정하라”고 말했다. 또 “12·24 합의안에 대한 진실게임을 중단하고 보도국장 인사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달라”며 “사장 출근 저지 사태로 YTN이 타 언론사 취재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YTN 노조는 8일부터 최 사장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최 사장은 이날 오전 7시30분쯤 서울 상암동 YTN사옥 앞에서 노조원 100여명과 1시간 넘게 대치했지만 결국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사측은 출근저지에 나선 구성원들에게 엄중한 법적조치와 징계를 예고했다.

YTN 노사는 9일 임금협상 관련 마지막 조정 회의를 한다. 권준기 YTN노조 사무국장은 “사측이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협상이 결렬돼 쟁의권이 확보된다. 이르면 10일 파업 찬반 투표 개표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YTN노조는 지난달 20일과 21일 최남수 사장 내정자 퇴진을 위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지만 3자협상이 이뤄지면서 개표를 보류했다.


YTN노조 파업 초읽기···“79.57% 찬성, 역대 최고”


YTN노조가 2012년 공정방송 파업 이후 6년 만에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10일 ‘YTN 정상화 쟁취와 임금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개표한 결과 찬성률 79.57%로 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238명 중 26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65명(19.81%), 무효는 2명(0.61%)이었다. 전체 조합원 375명 중 87.46%가 투표에 참여했다.

YTN노조는 “이번 파업 찬성률은 구본홍, 배석규 전 사장 당시 찬성률을 넘어선 역대 최고치”라고 밝혔다. 구본홍, 배석규 사장 시절인 2009년, 2012년 파업 찬성률은 각각 72%, 65.6%를 기록했다. 노조는 이번주 안으로 파업 돌입 시점이나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 8일부터 이어온 최남수 사장 출근 저지도 계속 이어간다. 

앞서 YTN노조는 지난달 20일과 21일 최남수 사장 내정자 퇴진을 위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지만 언론노조 중재로 3자협상이 이뤄지면서 개표를 보류했다. 그러나 최 사장이 지난 5일 노조와 논의를 거치지 않고 차기 보도국장을 지명하면서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노조는 9일 노사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쟁의권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