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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SBS '협찬상품권', 절반 가까이 제작비로 나갔다

2018.1.18 노도현 기자


SBS가 지난 3년간 예능·교양 프로그램에서 협찬받은 상품권 절반 가까이를 제작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SBS는 18일 ‘SBS 프로그램의 상품권 지급 조사 결과 및 대책’을 발표하고 “2015년부터 3년 간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에서 22억원의 상품권이 본래 목적과 다르게 지급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의 총 상품권 협찬 수입은 49억원이다.

상품권 부당 지급 문제는 지난 8일 <한겨레21> 보도로 제기됐다. 2016년 9월 말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시즌1> 측은 카메라 용역회사인 ㄱ사에 용역비 5800만원을 지급했고, 10월 초에 상품권 800만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ㄱ사는 이 용역비와 상품권 일부를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카메라맨들에게 지급했다. 이 중 <한겨레21> 보도에 등장한 카메라맨 ㄴ씨에게 현금 800만원과 상품권 170만원을 지급했다. 보도 다음날인 지난 9일 ㄴ씨와 <동상이몽 시즌1> 담당 PD가 주고받은 통화 녹취파일이 공개되면서 ‘SBS가 제보자를 색출하고 보복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SBS는 11일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외부 인력에게 용역 대금의 일부가 상품권으로 지급된 것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잘못된 일”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SBS 자체 조사 결과 상품권 지급은 ㄱ사와 협의 하에 이뤄졌다. <동상이몽 시즌1> 측은 2015년 4월 첫 방송 이후 ㄱ사에 월 평균 3000여만원을 지급했다. 1년 3개월 뒤인 2016년 7월 종영한 프로그램 측은 같은해 9월 말 ㄱ사에 현금 5800만원을 지급했다. 이때 ㄱ사는 추가 투입한 장비 비용 등을 합친 800만원을 더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 프로그램 측은 “회사에 종영 프로그램 제작비를 추가 청구하면 결재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현금 대신 상품권을 받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ㄱ사는 이를 수용해 10월 초 상품권 800만원을 받았다.

<동상이몽 시즌1> 측은 이전에도 ㄱ사에 상품권을 지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촬영 일수가 예상보다 늘어나면 ㄱ사와 협의해 회당 평균 100만원의 상품권을 추가 지급했다. ㄱ사는 2015년 ㄴ씨에게 현금 700만원 외에 상품권 600만원을 지급했다. 

SBS는 “다른 예능·교양 프로그램에서도 일반 출연자 사례나 장소 제공, 아이템 제보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할 상품권을 부적절하게 쓴 사실을 확인했다”며 “제작PD 한 두명의 문제가 아니라 SBS 전체가 자성하고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동상이몽 시즌1> 담당 PD가 제보자를 색출해 협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1년 반 전의 일이기 때문에 확인하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오간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SBS는 모든 예능 프로그램의 기존 계약이 종료되는 2018년 3월 1일 이후 상품권 협찬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다른 장르 프로그램도 본래 용도와 맞지 않는 상품권 사용을 금지한다. 이미 지급된 상품권은 당사자와 협의해 현금으로 바꾸어 지급할 계획이다. 사내에 부당한 상품권 지급에 대한 신고센터를 운영해 부당 지급 사례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부당 지급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SBS는 “이번 조사과정에서 협력업체와 프리랜서들의 진정한 요구는 상품권 지급 금지와 같은 부분적 개선이 아니라 제작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당한 처우를 중단하여 열악한 제작환경을 개선하라는 것임을 확인했다”며 프로그램 제작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위 ‘갑질’ 문제를 조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