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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환경분쟁 85%는 공사장의 소음·진동 피해

2018.1.15 송윤경 기자

2004년 경기 여주군에서는 도로를 내는 공사 때문에 땅이 흔들려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굉음까지 계속됐다. 이 마을엔 타조농장이 여럿 있었고 소음과 진동 때문에 유산을 하는 타조가 늘어갔다. 농가들은 정신적 고통을 넘어 금전적 피해까지 보게 됐다. 환경피해로 인한 분쟁을 다루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이 사건을 심사해 사업자 측에 3억9000만원의 배상을 결정했다.

환경부 소속 중앙환경분쟁조정위가 1991년 설립 이후부터 27년간 처리한 환경분쟁 사건 3819건을 분석해보니 공사장이나 도로의 소음·진동 피해가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대기오염(5%), 일조방해(6%) 사건이 많았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는 대기·수질·토양·해양 오염과 소음·진동, 악취, 생태계 파괴, 일조 방해, 통풍 방해, 조망 저해, 빛공해 등 환경피해로 인한 건강·재산·정신적 피해를 구제하는 기관이다. 담당 심사관의 현장조사와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조정위원회가 배상여부를 의결한다.

환경분쟁 처리건수는 해가 갈수록 늘었다. 2000년엔 한해 60건을 처리했지만 2001년엔 2배가 넘는 212건, 2002년엔 263건을 처리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는 “사회의 발달에 따라 국민의 환경권에 대한 인식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27년간 처리된 환경분쟁 가운데 배상이 결정된 경우는 1953건이었고 총 배상액은 612억9000만원이었다. 피해자들이 신청한 금액의 약 5.9~12.2%가 배상액으로 결정됐다. 분쟁 1건당 평균 배상액은 3100만원이었다.

배상액이 가장 큰 사건은 2007년 ‘신항만 준설토 투기장 해충’ 분쟁이었다. 2006년~2007년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는 인근 신항만 준설토 투기장에서 깔따구와 물가파리가 갑자기 대량 발생해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하기가 힘겨울 정도였다. 당시 이곳에 투기된 흙은 낙동강의 수심을 깊게 하기 위해 강바닥에서 파낸 진흑이었다. 환경분쟁조정위는 이 준설토에 포함된 영향물질 때문에 해충이 대량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해양수산부와 사업자 측에 13억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배상이 결정된 분쟁 중에서도 소음·진동 피해가 85%가 가장 많았다. 지난 27년간의 소음·진동 피해 배상액만 476억원에 이른다. 소음·진동 피해 분쟁건수는 1990년대(1991년~1999년)에는 연평균 2건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들어 연평균 12건으로 급증했다. 아파트 등 공동생활주택에서 흔히 발생하는 층간소음 역시 환경분쟁 조정이 되지만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배상액 1억원 이상의 사건만 처리하므로 주로 지방환경분쟁조정위에서 다룬다.

오종극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환경분쟁 사건의 대부분은 공사장이나 도로 주변에서 일어난 것”이라며, “해를 거듭할수록 농어업 피해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 공사를 착수하기 전에 면밀한 피해 예방 대책을 세우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