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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최저임금 위반 명단공개가 ‘사형선고’? 형사고발 비율 1%, ‘솜방망이 처벌’이 진짜 문제

2018.1.16 김상범 기자


지난 15일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의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밝히자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신용불량자가 되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적 사형선고”라는 말까지 나온다. 올해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면서 최저시급 7530원도 못 받는 노동자 비율이 약 20%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들을 고용한 사업주가 모두 범법자로 낙인찍혀 은행 대출 길마저 막힌다는 뜻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노동부는 지금도 체불임금 사업주들의 명단을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돈이 있음에도 임금을 가로챈 업주들 명단이다. ‘고의성’과 ‘상습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노동부는 “3년 안에 두 번 이상 임금체불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자”에 한해서만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관리 대상자로 올린다.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업주 명단 공개도 비슷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년 이내에 최저임금 위반으로 1회 이상 유죄가 확정된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고 2회 이상 유죄를 받은 경우 신용 제재를 한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동부는 16일 “이 개정안은 최저임금 위반의 ‘악질적인 경우’에만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제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각의 반발과는 반대로, 오히려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인 것이다. 지난해 10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노동부 근로감독에서 적발된 최저임금 위반 1만2190건 가운데 형사고발 등 사법처리 단계로 넘어간 사건은 단 115건(약 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대법원 통계를 보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돈을 준 사업주 210명이 재판을 받았다. 이 중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고작 6건이었다.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13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선고유예가 38건, 집행유예가 10건이었다.

최저임금 위반은 법규를 위반하는 범죄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3년 이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최저임금보다 덜 준 돈은 체불임금으로 분류돼, 전액 지급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그런데도 처벌받는 비율이 낮은 것은 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때문이다. 노동부는 최저임금 미지급, 임금체불 등을 적발해도 밀린 임금만 지급하면 형사고발을 하지 않는다. 영세 사업자들이 인건비를 제 때 줄 형편이 안 되거나 법 규정을 잘 모른다는 것을 감안할 때, 그러는 편이 노동자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 의원실이 분석한 1만2190건 중 98.9%인 1만2059건이 ‘시정조치’로 마무리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업주가 최저시급보다 덜 준 돈을 지급하면 검찰로 송치하지 않고 사건을 끝냈다는 뜻이다. 과태료 처분은 16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정서는 다르다. “법을 어긴 사업주를 제대로 벌하지 않으니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위반이 범죄라는 인식 자체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노동부가 근로감독으로 적발한 최저임금 위반사건의 사법처리 비율은 1.3%에 그쳤다. 반면 노동자가 개인적으로 신고한 사건 중에는 절반이 넘는 50.6%가 사법처리됐다. 노동자들은 떼인 월급을 받아내는 것뿐 아니라, 최저시급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킨 사업주가 벌을 받아야 한다는 뚜렷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