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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잦은 환경미화원들, “앞으론 새벽 아닌 낮에 일하세요”...정부 안전대책

2018.1.16 송윤경 기자


지난해 11월 29일 광주 서구에서 환경미화원 ㄱ씨가 쓰레기 수거차 덮개에 끼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ㄱ씨는 수거차량 덮개가 잘 닫히게 하기 위해 몸을 밀어넣어 차량 안쪽의 쓰레기 잔여물을 떼어내는 중이었다. 이때 쓰레기 차량 운전석에서는 ㄱ씨의 행동이 잘 보이지 않았다. 운전석에서 덮개를 닫았고 ㄴ씨는 육중한 쇳덩어리인 덮개에 몸이 끼어 숨지고 말았다. 같은 달 16일에는 광주 남구에서 환경미화원이 후진하는 쓰레기수거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또 청소업체가 불법으로 만든 쓰레기차량 후면의 발판에 서 있던 환경미화원이 다른 차량에 들이받혀 숨지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환경미화원들의 아찔한 쓰레기 수거작업

201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작업 중에 사망한 환경미화원은 15명, 골절 등 신체사고를 당한 이들은 1465명에 달한다. 쓰레기 차량 후면의 발판에 서 있던 환경미화원이 떨어져 다치거나, 떨어진 후 차량에 빨려들어간 사례도 있었다. 쓰레기 압축기에 발이 함께 눌리거나 불법배출된 강화유리에 심한 타박상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의 주택가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 김기남 기자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환경미화원들은 아찔한 순간을 자주 경험한다. 경기 오산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모씨는 비오는 날 종량제 봉투를 들다가 손이 미끄러워 떨어뜨렸다. 다시 “온몸을 써서” 봉투를 들어올리는 순간 봉투를 비집고 나온 유리에 손을 크게 베이고 말았다. 이씨는 그나마 지자체 소속이라 운전원1인·상차원2인의 조를 이뤄 업무를 하지만, 위탁업체 소속 환경미화원들의 근무여건은 더 열악하다. 지자체에서 오래 쓰고 난 후의 노후차량을 가지고 쓰레기 수거를 하거나, 운전원·상차원 인원을 채우지 못한 채 일을 나가기도 한다.

정부가 이처럼 심각한 사고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미화원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환경부는 16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경찰청과 지자체와 함께 만든 ‘환경미화원 직업안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크게 세 갈래다. 먼저 안전사고를 자주 일으키는 쓰레기수거차량 구조를 개선하고 안전장비를 보강하기로 했다. 또  위탁업체 소속 환경미화원들도 지자체 소속 미화원들과 똑같은 근로환경을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청소비용을 현실화하기 위해 종량제 봉투 판매가격 인상방안도 검토한다.이러한 대책으로 사고발생건수를 지금의 90% 줄이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환경미화원, 새벽 아닌 낮에 일한다

일단 쓰레수거차량부터 바뀐다. 운전석에서 차량 후면에 있는 환경미화원의 상황을 볼 수 있도록 360도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를 달기로 했다. 6년이 지난 노후청소차는 내년 상반기까지 신차로 교체한다. 특히 미세먼지와 자동차 배출가스가 적게 나오는 CNG 친환경청소차를 더 많이 보급할 예정이다. CNG 친환경청소차는 지난해 기준으로 37대가 운영 중이다. 내년엔 50대, 2019년~2022년까지 51대로 늘린다.

환경미화원이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는 한국형 청소차도 개발된다. 정부는 올 상반기에 한국의 도시·골목 등 지형특성을 감안한 ‘한국형 청소차’모델 개발연구에 착수한다.

또한 내년 상반기까지 환경미화원의 안전모·안전화·안전조끼·절단방지장갑 등의 착용이 의무화된다. 환경미화원들에게는 직업안전수칙 및 안전교육 매뉴얼이 배포되며 안전교육도 강화한다. 현재 불법으로 설치돼 있는 쓰레기 차량 발판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새벽 시간 동안 안전사고가 빈번한 점을 감안해 환경미화원의 작업은 원칙적으로 낮에 이뤄지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위탁업체 소속 환경미화원 처우 개선

위탁업체 소속 환경미화원의 근무여건도 개선된다. 현재 전국의 환경미화원은 3만3950명으로 그중 절반 남짓인 1만4861명이 위탁업체 소속이다. 지자체가 아닌 위탁업체에 소속된 환경미화원은 임금과 복리후생, 근무여건 면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주택가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 김기남 기자


환경부는 위탁업체 소속 환경미화원의 임금, 복리후생 등이 지자체 소속 환경미화원과 차이가 없도록 단계적으로 개선케 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위탁업체와의 계약 전반을 관리·감독해 대행료를 적정하게 지출하고 있는지를 감독한다. 또 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의 위탁표준계약서를 마련해 지자체가 활용케 할 예정이다.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해 종량제 봉투도 바뀐다. 정부는 환경미화원들의 근골격계 부상방지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종량제 봉투 무게의 상한을 법령에 규정하고 어떻게 강제할지를 검토한다. 쇳덩이나 유리, 소형 가전제품, 생활용품을 등은 별도로 분리배출해야 하지만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바람에 미화원이 다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대책 재원 마련을 위해 실처리 비용의 30%에 불과한 종량제 봉투의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2015년 기준으로 세대별 종량제 봉투 비용은 연간 2만8519원이다. 봉투가격을 20% 인상하게 되면 연간 5704원을 더 내게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종량제 봉투가격의 지역별 편차, 소득역진성 해소방안을 담은 인상률 설정 연구를 통해 종량제봉투 가격 현실화 방안을 마련하고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저소득층 지원방안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