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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심사 꼴찌가 최종합격···금품수수 없어도, 사립고 채용 ‘청탁’만으로 해임·파면

2018.1.16 노도현 기자


서울 한 사립학교 정교사 채용과정에서 서류심사 기준이 원서마감 전날 갑자기 바뀌어 꼴찌가 최종 합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노원구 ㅎ고 영어교사 공개채용 과정에 비리가 있다는 내부 공익제보를 받고 감사를 벌인 결과 교직원 6명이 특정인을 합격시키려고 관련자들에게 청탁하거나 서류심사기준을 바꾼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학교법인에 6명에 대한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사립학교 교사채용 비리와 관련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을 적용해 징계처분을 요구한 첫 사례다.


ㅎ고는 지난해 1월 초 영어교사 공채를 4단계로 진행했다. 필기시험, 서류심사, 시강심사(수업시연), 면접심사 순이었다. 지원자 208명 중 해당 학교 기간제교사 ㄷ씨를 포함한 15명이 필기시험을 통과했다. 행정실장 ㄱ씨와 교무부장 ㄴ씨는 ㄷ씨가 합격하도록 서류심사 기준을 바꾸라고 다른 영어교사들을 회유·압박했다. 영어과 대표교사 ㄹ씨는 서류심사 기준 변경을 주도했다.

서류심사 기준은 원서접수 마감 하루 전날 ㄷ씨에게 유리하게 바뀌었다. 원래 출신 대학과 전공, 대학성적 등에 따라 가산점을 주도록 했으나 인성, 업무적합도와 같은 주관적 요소로 변경됐다. ㄷ씨는 새 기준에 따라 공동 2위로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애초 기준이라면 15등으로 불합격이었다. 그는 지원자 중 유일하게 업무적합도 가산점 최고점인 4점을 받았다.

ㄷ씨가 서류심사에 앞선 필기시험에서 1등을 차지한 것도 석연치 않다고 시교육청은 전했다. ㄷ씨 직속상관인 ㄹ씨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다. 시교육청은 시험문제가 사전 유출된 정황이 있으나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ㄱ씨와 ㄴ씨가 전임 교장 부탁으로 ㄷ씨의 부정채용에 나섰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전했다. 전 교장의 가족과 ㄷ씨 가족이 경기도 한 지역에서 함께 정치활동을 하는 인연이 있다고 한다. 명확한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법인이 교사채용에 무관심한 상황을 틈타 행정실장 등이 월권을 행사한 경우로 파악됐다. 금품수수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고 검찰 수사에서도 금품수수 혐의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채용비리에 깊숙이 개입한 행정실장(파면), 교무부장(해임), 영어과 대표교사(해임) 등 3명에게 중징계 처분을, 함께 연루된 교감(감봉)과 심사위원 교사 ㅁ씨(감봉)·ㅂ씨(견책)에게 경징계 처분을 내리라고 학교법인에 요구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4월 ㄹ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달 ㄹ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행정실장 ㄱ씨와 교무부장 ㄴ씨는 부정청탁법 위반 혐의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유죄 판결이 날 경우 사립학교 교원채용과 관련해 청탁만으로 처벌받는 최초 사례가 된다. 

시교육청은 부정채용 당사자 ㄹ씨에 대해서는 직접 저지른 부정행위가 발견되지 않아 따로 처분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시험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훼손된 만큼 법률자문을 받아 임용취소 요구를 검토할 계획이다.